9월 말 기준 도내 확진자 53중에 한 명의 사망자도 없어
한 번 착용한 방호복과 마스크ㆍ고글ㆍ장갑은 모두 폐기
"감염내과 전공의 3명뿐… 선진화된 의료 인프라 필요"

제주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의료진들이 전신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위). 제주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의료진이 음압병실 앞에서 포즈를 위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민정ㆍ김은영 간호사, 유정래 교수, 권지해ㆍ김민주ㆍ조지영ㆍ김신자ㆍ박주연ㆍ강소영 간호사, 이희숙 수간호사(아래).

코로나19에 맞서 도내 의사와 간호사들이 8개월째 사투를 벌이고 있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음압병상)을 갖춘 제주대학교병원(병원장 송병철) 감염내과 의료진은 사명감을 갖고 확진자를 돌보고 있다. 코로나19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숨은 영웅들을 만나봤다.

◇매일 사우나 같은 환경에서 환자 치료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방호복을 입으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습니다.”

음압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확진자들을 1시간 30분 동안 돌보고 나온 감염내과 이희숙 수간호사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고글을 꼭 눌러 낀 콧잔등은 빨갛게 부어올랐다.

레벨D 방호복과 고글, N95 마스크, 라텍스 장갑을 끼고 환자에게 주사와 약을 투입하고, 발열과 호흡기 증상을 체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방호복을 착용하면 화장실에 못가고 물도 못 마신다. 마치 사우나에 들어간 것과 같다고 했다. 간호사들은 이 상태에서 매일 3차례 환자들의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 등 생체활력지수를 체크하고 있다. 하루 3끼 밥을 넣어주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온몸이 땀으로 젖는 것은 물론 피로가 누적된다.

이희숙 수간호사는 “2주 동안 4.5평(15㎡)의 음압병실에서 지내는 확진자들의 투병생활도 쉽지 않다. ‘감기증상인데 왜 갇혀 지내야 하나’며 항의도 하지만, 일주일간 고비를 넘기면 환자들도 나름 적응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진도 바이러스 감염에 각별한 주의

제주대병원 감염내과 소속 교수 2명과 전임의ㆍ전공의 6명, 간호사 17명은 코로나 최전선에 배치됐다. 이곳에는 독립된 9실의 음압병상이 갖춰져 있다. 앞으로 15실을 추가 설치 중이다. 

음압병상은 기압 차이를 만들어 공기 중 바이러스가 병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한 특수 병상이다. 외부와 이중으로 차단돼 있고, 환기와 냉ㆍ난방 공조 시스템은 별도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환자와 매일 접촉하는 의료진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 방호복과 마스크, 고글ㆍ장갑은 한번 착용하면 모두 폐기한다.

외국에서 온 유학생 중에는 영어로도 소통이 어려운 확진자들이 있다. 가령, 방글라데시에서 온 환자는 벵골어로 소통하기 위해 스마트폰 번역기를 사용한다.

의료진들은 전신 방호복을 입고 벗는 데 매우 조심하고 있다. 자칫 이 과정에서 묻어있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어서다.

◇제주 1호 확진자 3개월 동안 입원

제주지역에서는 9월 말 기준 59명의 확진자 중 53명(90%)이 제주대병원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완치 판정이 내려졌다. 단 한명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유정래 감염내과 교수의 역할이 컸다. 유 교수는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본교에서 의학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의학박사를 수료했다. 제주대학교병원 감염관리실 실장에 이어 서울삼성병원 감염내과 전임의를 맡은 바 있다.

치료 과정에서 59명의 확진자 중 5명은 폐렴 등 중증 상태를 보였다. 유 교수는 “40대 한 남성은 감기와 같은 경증을 보이다 급성 폐렴 증상을 보였고, 상태가 위독해 산소 공급에 이어 약물을 투여했다”고 말했다. 당시 병원에는 치료제인 ‘램디스비르’가 동이 났다. 현재 공식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탓에 국내외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인 ‘램디스비르’를 사용하고 있다.

유 교수는 “치료제를 구하러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 간 직원은 지난 9월 3일 태풍 ‘마이삭’ 때문에 병원에 오지 못했다”며 “냉장고에 약을 잘 보관한 후 다음날 오전 급히 잡은 항공편을 이용해 치료제를 공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확진자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한 여성 환자는 간난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어서 자신의 병세보다 아이의 돌봄을 더 걱정해야 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호소는 다반사다. 회사 업무를 중단하지 못한다며 노트북 반입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자신도 감염경로를 몰랐던 확진자들은 자신의 이동 동선이 인터넷에 공개되면 가족과 지인은 물론 도민사회에 피해를 줬을까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 2월 말 도내 첫 확진자인 해군 장병(22)은 퇴원 일주일 만에 다시 양성 반응이 나와 음압병실에 재입원했다. 질병관리청의 완치 기준은 호흡기 검체에서 2번 이상 음성이 나와야 한다. 이 장병은 약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의료진은 안타까운 마음에 젊은 장병을 위해 치킨과 피자를 주문해 병실에 넣어줬다. 이 장병은 3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끝에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유 교수는 “3일 이상 약을 끊어도 증상이 없거나 전파력이 없으면 퇴원 조치를 내리고 있다”며 “현재 음압병상 시설은 확진자 발생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고령 및 중증환자를 위한 중환자실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도내 감염내과 전공 의사는 3명뿐”이라며 “코로나 위기에도 도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확잔자를 집중 치료할 수 있도록 감염내과 의사 양성과 선진화된 의료 인프라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 교수는 “무증상 환자나 전파력이 약한 경우 선진국처럼 음압병실이 아닌 생활치료센터서 치료 받아야 생명이 위중한 중증환자를 체계적으로 보살피고 살려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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