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기고  기후변화에 따른 솔수염하늘소의 분포확대 추정 발판 마련

김동순 식물자원환경전공 교수

솔수염하늘소는 소나무의 에이즈로 알려진 소나무시들음병의 원인이 되는 소나무재선충의 중요한 매개곤충이다. 소나무재선충의 감염에 따른 소나무 고사증상은 1905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다. 그러나 그 매개곤충에 대한 구명은 소나무재선충병 발생된 지 약 60년 만인 1972년에야 비로써 솔수염하늘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주에는 소나무재선충이 2004년 침입했으며 2019년까지 소나무 이백만 주 이상이 고사해 제거됐다

소나무재선충과 솔수염하늘소는 전형적인 공생관계를 갖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매개체가 없으면 다른 나무로 이동할 수 없다.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는 살아있는 소나무에는 심한 송진 분비 때문에 알을 낳고 살 수가 없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 내부에서 솔수염하늘소가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우화 직후 기문(숨구멍) 속으로 들어가서 이동할 준비를 한다. 

소나무재선충을 보유하고 나무에서 탈출한 솔수염하늘소는 소나무 새순을 먹고 생활하는데, 이때 소나무재선충은 매개충에서 빠져나와 새순의 상처를 통해 새로운 소나무로 전파된다. 이렇게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송진의 분비가 멈추고 시들시들 죽어가며, 그러면 솔수염하늘소가 알을 낳을 수 있게 된다. 

솔수염하늘소의 생활사에 대한 연구는 일본 동경대 연구팀에서 대부분 수행됐다. 솔수염하늘소 유충은 껍질과 목질부 사이(즉 영양분이 많은 체관부위)에서 섭식하기 때문에 영기 발달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나무껍질 밑에서 영양을 취하면서 1령, 2령, 3령 등 영기가 발달하는데,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목질부에서 서식하는 곤충은 두폭(머리의 크기)의 크기로 영기를 구분하는 방법을 적용해 영기의 수를 추정한다. 즉 시기별 일정 간격으로 충분한 수의 유충을 채집해 두폭을 측정하고, 두폭의 빈도분포도를 작성한다. 

영기별 두폭의 크기가 다르기에 빈도분포도 상에 여러 개의 봉(peak)이 나타나는데, 통계적인 검정을 거쳐 영기의 수를 결정한다. 그동안 일본에서 연구결과 4령이 경과 되며, 따라서 “4령 종령 유충론”이 생활사 가설의 정설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됐다. 

또한 4령 유충론에 근거해 1년 또는 2년 주기 생활사를 제시했다. 솔수염하늘소는 1령~4령까지 모두 월동에 들어갈 수 있으며, 충분히 자란 4령의 종령이 휴면상태로 월동한다는 것이다. 다음 해 봄 3령과 4령은 번데기로 발달해 성충으로 우화하지만, 1령과 2령은 4령에 도달하면 의무적 휴면에 들어가서 다음해 성충으로 우화한다는 가설이다<그림 2 아래측>. 이러한 결론은 모두 두폭의 크기를 근거로 도달했다. 

기존의 생활사 가정과 수정

 

 

제주 개체군 솔수염하늘소를 대상으로 연구를 하면서 이 곤충의 생활사가 일본에서 발표된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국제심포지엄에서 솔수염하늘소 연구 당사자인 동경대 토가시 교수를 만나서 영기발달에 대한 의구심을 표명하자 4령 유충론이 정설이라고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제주로 돌아와서 솔수염하늘소 유충의 영기발달을 증명하기로 마음먹고 실험을 시작했다. 직접 눈으로 영기의 발달을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한 아크릴판 사이에 소나무 껍질을 끼우고 알에서 부화한 유충을 접종하고 사육을 시작했다. 탈피를 할 때마다 두폭을 측정해 기존 자료와 비교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그러나 솔수염하늘소 유충은 5령이 지나고 6령이 되어도 발육을 멈추지 않고 계속 탈피하며 영기가 발달했다. 결국 대부분의 유충이 10령에 도달해 발육이 멈추고 번데기가 될 징후를 보였고 12령까지 발달하는 개체도 발견됐다. 당시 한 대학원생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무력 227일 동안 영기발달을 추적하면서 실험은 마무리 됐으나, 끝내 영기발달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실험을 통해 유충을 다루는 노하우가 쌓였으며 제대로 된 실험과 가설을 설정할 수 있었다.

첫째, 유충이 탈피를 반복하는 것은 기존 이론인 유충임계중량론(Theory of larval critical weight)에 따른 영기수 보상론(Compensation rule in instar numbers)이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그림 1 아래측>. 유충임계중량론은 곤충이 기능적인 성충이 되기 위해 유충이 번데기로 용화(Pupation)하려면, 곤충종마다 특정 임계중량에 도달해야 한다는 기존의 학설이다. 따라서 환경이 불량해 임계중량에 도달하지 못하면 추가탈피를 통해 성장해야하기 때문에 영기수가 증가한다는 것이 영기수 보상론의 핵심이다. 

 

기존 곤충의 생장법칙에 대한 학설과 솔수염하늘소의 선택적 유충경로 선택의 모식도

 

 

둘째, 솔수염하늘소 유충에 자연상태와 동일한 환경과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면, 실제 야외상태에서 나타나는 영기의 최대 발달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소나무 토막에 직접 알을 접종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저지대에 처리해 놓고, 다음해 자연적으로 성충이 우화할 때까지 성장시켰다. 

셋째, 곤충의 유충은 영기가 발달할 때마다 허물(탈피)을 벗고 구껍질(탈피각)을 남긴다. 단 1마리의 유충만을 소나무 토막에 접종했기 때문에 성충이 빠져나가고 남은 섭식 배설물 속 서로 다른 크기의 탈피각 수를 파악하면 영기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솔수염하늘소 마지막 유충은 목질부에 번데기가 될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마지막 탈피각을 남기고 용화한다. 따라서 섭식 배설물 속에서 4개의 탈피각이 나오면 5령을 경과한 것이라고 추정가능하다.

그러나 탈피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탈피각은 매우 약해 쉽게 부스러져 소실되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이 때 적용한 방법이 단단하여 잘 부서지지 않는 큰턱(Mandible)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1령 큰턱의 길이는 약 0.43mm로 넓은 수영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연구원들이 밤낮으로 사투를 벌이며 큰턱을 찾아나갔고, 드디어 통나무별 일련의 큰턱의 수가 밝혀졌다. 놀랍게도 대부분 통나무 섭식 배설물에는 4개의 서로 다른 큰턱이 발견됐고, 이로써 5령까지 경과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 결과는 미국 곤충학회에서 출판하는 곤충과학지(Journal of Insect Science)에 투고해 기존의 생활사 가설을 허물었다.

곤충은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온도가 떨어지는 겨울에는 성장을 멈추고 월동에 들어간다. 서로 다른 영기의 월동유충 개체를 얻기 위해 소나무 토막에 유충을 접종하고 한라산 200, 900, 1,100미터에 처리했다. 고도별 온도 차이로 월동기에 서로 다른 영기가 나타날 것이고, 그러면 다음해에 각 영기의 유충이 어떻게 성충으로 발달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가정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온도가 따뜻한 200미터에서는 실험에 포함된 많은 개체가 5령까지 발달했고 크기가 큰 성충이 출현했다. 반면, 보다 추운 900이나 1,100미터에서는 4령까지 도달해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성충이 출현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소나무재선충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는 온도환경조건에 따라 종령(즉 번데기 전 마지막 유충 발육단계)으로서 4령과 5령 경로를 선택적으로 취하는 놀라운 환경 적응능력을 갖고 있다(그림 1). 즉, 따듯한 환경에서는 5령 경로를 선택해 번식력이 높은 우량한 성충이 되며, 서늘한 환경에서는 4령 경로를 선택해 번식력은 떨어지지만 생활사를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런 결과는 곤충 유충의 생장이론인 “유충임계중량에 기초한 영기수 보상론”에서 말하는 나쁜 환경조건에서 영기수를 증가시켜 기능적 성충에 도달한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솔수염하늘소는 유충임계중량설이 아니라 오히려 환경조건이 좋을 때 유충의 영기수를 증가시켜서 생식적으로 우월한 성충으로 되는 진화전략을 선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결과로 근 50년간 인정됐던 솔수염하늘소의 잘못된 생활사를 수정했고(그림 2), 전세계 곤충연구자들에게 천공성 딱정벌레목의 생활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온도의존적 유충생장의 특성이 밝혀짐에 따라 한라산에서 고도에 따른 온도환경별 매개충의 번식 가능지역을 추정해 선택적 방제전략을 수립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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