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정도(위즈덤하우스)윤석철 지음

권하고 싶은 책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는 더 복잡해졌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조급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코로나 이전에도 우리의 삶은 늘 복잡하고 버거울 때가 많았다. 모두가 고민하는 인간관계는 기본이고 오랫동안 노력했던 일들이 계속 꼬이고 꼬여서 그르치게 되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삶의 어려움에 봉착할 때 필자가 읽은 책이 있다. 바로 ‘삶의 정도’다. 

가끔 인생이 복잡하고 꼬일 때 삶이 수학공식처럼 단순하고 명쾌했으면 소망할 때가 있다. 이 책은 경제학 책처럼 간단한 수식과 증명을 통해서 독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복잡한 삶의 문제를 도표화하고 공식화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책에서는 수많은 의사결정의 연속인 삶을 몇 가지 공식으로 간결하게 만든다. 그때 필요한 개념이 ‘목적함수’와 ‘수단매체’다. 목적함수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수단 매체란 목적함수를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방법들이다. 이 단순한 공식이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세상을 바꾼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책의 마지막 장(chapter)이다. 우회축적 전략을 통해 삶을 제대로 사는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우회라는 것은 말 그대로 직진이 아니라 돌아가는 전략을 뜻하는 것인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아래 <그림>의 사이클로이드 곡선(cycloid curve)과 직평면을 비교해야 한다. Y와 X축으로 이뤄진 평면에서 Y축 위의 A점에서 X축 위 B점까지 효과적으로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마치 A점 위에 있는 매가 B점에 있는 토끼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잡기 위한(목적함수) 방법을 찾는 것과 같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수단매체는 두 점의 최단 거리인 직진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매가 직평면으로 움직이면 그 최대 속도는 B점에서 나타난다. 중력가속도 때문이다. 그런데 B점은 종착지이기 때문에 최대 운동에너지가 발생하는 순간에 제대로 힘도 못 써보고 일이 끝나버린다. 즉, 직평면은 중력가속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매는 사이클로이드 곡선으로 비행한다. A지점에서 시작해서 가속도를 낸 다음 이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해 B점 근처에서 최대 속도로 비행해 재빠르게 토끼를 잡는 것이다. 토끼(인생의 목표)를 잡기 위해 눈에 보이는 지름길(직평면)보다 돌아가는 길(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우회축적 전략이다. 

<그림>속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시작부분(A점 근처)을 전반기, 그 다름을 후반기라고 하는데, 보통 전반기는 곡선의 기울기가 급격한 만큼 중력가속도를 받아 속도가 증가하고 이를 운동에너지로 저장하는 시간을 말한다. 그리고 후반기는 축척된 운동에너지를 발산해 빠르게 목표지점인 B점에 도달하게 하는 시기다. 직평면에서는 운동이 끝나는 B지점에서 최고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만, 사이클로이드곡선면에서는 후반기에 최대 운동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목표에 더 빠르고 정확하게 도달한다. 

복잡하고 예측불허의 삶의 살면서 마음이 조급해져 겉보기에 빠른 길을 선택하곤 한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한 빠른 길이 오히려 우리 인생을 돌고 돌게 만들 수 있다. 삶이 복잡하게 느껴질수록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살피고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최대 에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오늘도 복잡한 일, 어려운 삶 때문에 고민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문제를 임기응변식으로 해결할 방법만 찾지 말고 다시는 똑같은 인생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으면 이 책을 읽기 바란다. 기존의 고리타분한 방법이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우회축적 전략에 의하면 말이다. 

그림(사이클로이드와 직평면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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