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 곤 철학과 교수

예상보다 오래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사람들이 가지는 가장 큰 화두는 ‘이 시기를 견디어 낸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스토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견디어 내는가 보다는, 이를 어떻게 견디어 내는가 하는 것이다!” 

에픽테토스는 원래 노예였으나 후일 스토아철학자가 된 그리스 말기의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스토아철학자들은 정치적인 혼란기를 살았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마치 불교의 승려들처럼 ‘인생은 고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스토아철학자들은 사회적 삶에서 물러나 마치 불교의 승려들처럼 자연 속에서 도를 즐기는 소박한 삶을 살았다. 

아마도 스토아철학자들의 삶을 가장 통속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일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철학이란 주어진 인생의 다양한 사태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삶의 지혜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인생을 마치 ‘견디어 내어야만 하는 멍에’처럼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시련을 당해보지 않고서는 ‘자기 자신’을 알 수 없다”는 격언이 있듯이, 그들은 어려움에 맞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알아간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생의 어려움이나 고뇌는 다만 나쁜 것이거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보다 가치 있는 것을 산출하기 위해 필요한 ‘필요악’처럼 생각 되었다. 

아마도 이 같은 적극적인 사고의 전환이 ‘노예’였던 사람을 ‘철학자’로 바꾸어 놓은 그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 된다.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공동체적인 생활이 멈추어 서거나 최소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래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있어서 ‘혼자가 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매우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임 분명하다. 그럼에도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이 있듯이, 어차피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이 인생의 진리라면 사람들은 누구나 ‘혼자되는 법’ 즉 ‘홀로서기’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을 남에게 줄 수가 없듯이, 진정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없다면 ‘진정한 함께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주 ‘혼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 힘든 시기를 ‘홀로서기’를 배우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홀로서기를 배운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지만,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있어서는 ‘자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내가 가진 것이 있거나 없어도, 찾아주는 벗이 있거나 없어도, 이렇다 할 자격이나 직위가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것이 자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이 현실 안에서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불교의 승려들처럼 ‘무소유’를 실천하라고 권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아마도 가장 좋은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나만의 꿈을 가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크던 작던 동경할 만한 미래의 꿈을 가진다는 것은 ―이것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이보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희망하는 혹은 이루어야만 하는 꿈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성실하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와 명분을 가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꿈이 사라지면 방황이 시작된다”고 하는 옛 격언이 있는 것이다. 

결국 힘들고 어려운 시기 일수록 꿈을 간직한다는 것은 현실을 성실하고 충만하게 살아가게 해 주는 나침반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꿈은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기 좋은 것도, 또 ‘다만 꿈으로 간직하기’ 좋은 것도 아닐 것이다. 

꿈을 가지는 것이 좋은 이유는 “현실 안에서 끊임없이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무엇이 있다”는 그 사실에 있을 것이다.

나의 꿈은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겠지만, 또한 이웃과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이 어려운 시기에 모두가 작은 것일지라도 자신만의 꿈을 가질 수 있는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무것도 좋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암울한 시기에도 각자가 자신을 기쁘게 하고 충만하게 할 ‘홀로서기’를 배우자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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