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조제 모리뉴 감독이 지난달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토트넘 라커룸 풍경이 인상적이다. 모리뉴 감독이 라커룸을 소개하듯 손을 내밀고 있고, 선수들은 감독이나 카메라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자신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스태프 역시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작동하는 모습이었다. 경기를 곧 마친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 손안에 미디어인 스마트폰 속의 세상은 흥미진진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두는 아니더라도 상당수가 온라인 세계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스마트폰을 터치할 때마다 사람의 시각과 지각, 촉각 피질에 전해지는 짜릿한 자극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세계적 뇌 과학자 개리 스몰의 연구는 지속적인 집중을 요구하는 행동들이 스마트폰에서는 왜 그렇게 어려운지를 설명한다. 스마트폰에서는 수많은 찰나의 감각적 자극을 처리하며 관련 내용을 검색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지속해서 정신적 조정과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읽기의 습관과 위험성 때문에 우리의 뇌는 산만해지고, 오랜 시간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스스로 깊이 아는 능력, 우리의 사고 안에서 독창적인 지식이 피어오르게 하는 풍부하고 색다른 일련의 연관 관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 스마트폰 속 세상을 돌아다니며 훑어보고, 키워드를 찾아내고, 대강 읽고, 비선형적으로 읽는 습관이 확산하고 있지만 깊은 읽기와 집중해서 읽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지식의 축적과 학습은 디지털적이기보다는 아날로그적이다. 십수 년 전에는 지상파 3개 채널만 선택하면 됐지만, 지금은 수백 개 채널을 선택해야 하는 고통을 겪는다.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량에 묻혀 살고, 러닝머신,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쏟아져 나오는 혁명적 지식을 받아들이기도 벅차다. 이 모든 것이 디지털 혁명에 기반을 둔다. 

일과 휴식의 구분 역시 없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하나로 곧 일터가 되고, 그러한 디지털 환경에 잘 적응해 사는 것이 곧 개인의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일하고 생활하는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세상에 살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디지털 디스커넥트를 주장하는 연구 결과에 더욱 귀가 쫑긋 서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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