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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 식물, 커피가 ‘공생’하는 삶을 꿈꾸며
허용철 공생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고 반했던 직업 요리사, 식품영양학과로 진학하려다 물리학과로 입학했다. 마음 붙이기 어려웠던 학교생활. 레스토랑, 음식점 아르바이트로 학교 밖에서 요리를 접하며 학교와 점차 멀어졌다. 8학기를 연달아 휴학한 끝에 자퇴서를 냈다. 이탈리안 요리에서 커피로 관심사를 넓히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커피숍과 로스터리를 옮겨 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다. 결국에 하고 싶은 일은 커피를 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출근길에 동네에서 우연히 발견한 ‘점포 임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2019년 7월 ‘공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커피숍 문을 열었다. 허용철 대표(30)는 동네에 있는 아지트처럼, 커피를 매개로 가게에 들렀다가 얼굴을 익히고 대화를 나누고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커피숍이기를 꿈꾼다. 낮에 마시는 와인이라는 커피의 별칭처럼 한 잔의 커피가 주는 만족감을 느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대학 전공은 어떻게 고르게 됐나. 학교생활은 잘 맞았는지 궁금하다.

물리학과를 가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아버지가 대학에, 그것도 국립대로 꼭 가야 한다고 했다. 요리쪽을 생각하면서 식품영양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수시로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정시 전형으로 성적에 맞추다 보니 물리학과에 갔다. 

솔직히 말해서 ‘대학생활’ 그런 걸 잘 몰랐던 것 같다. 스타일이 좀 달랐다. 그 스타일을 인정해주던 친구들이랑은 친했지만 학과에 이상한 애가 들어왔다고 그랬다. 선배들이 하라는 대로만 해보던 시절이 있었다.      결국엔 학교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2학기 땐 듣고 싶은 거 듣고 교양만 채워 넣고 아웃사이더처럼 지냈다. 혼자 수업 받았다. 그래도 목표가 식품영양학과로 전과하는 거여서 군대 다녀오고 복학해서 모자란 학점을 채우면서 재수강하고 학점을 높이고 전과를 도전했다. 그때도 잘 안됐다. 전과가 됐으면 학교를 다녔을 수도 있었는데, 그때부터는 학교생활을 접고 휴학의 연속이었다. 8학기를 쉬고 결국 자퇴서를 냈다.

▶학교생활과 멀어지면서 요리로 관심을 돌린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일들을 했는지.

처음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가 드라마 <파스타>가 방영하던 때였다.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 드라마였다. 위계 안에서 요리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기도 하고, 밖에서 그런 게 봤을 때 멋있어 보였다. 손으로 하는 일이 잘 맞았다. 일을 하다 보니 기름을 많이 쓰면서 손이 엄청 망가졌다. 그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피자, 파스타를 만들던 때였는데, 손이 망가져서 홀 서빙도 해보고 그만두고 일하기를 반복하다가 다시 손이 괜찮아지면 주방으로 가고 반복했다. 

▶커피에 입문하게 된 계기,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당시에 만난 친구 영향으로 라떼 아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했다. 커피라고 하면 라떼 아트가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다른 카페로, 로스터리로 옮겨서 일하다 보면서 원하는 것을 깨달았다. 커피라는 게 과학이 접목이 돼야하는 걸 알게 되고서 나름대로 생각이 뚜렷해졌다. 핸드드립이 매력적이었다.        

그때 마침 옮긴 커피숍이 요즘 말로 힙하고 핫한 카페였다. 자연스럽게 주변 바리스타들이 나에게 말을 걸고 안면을 트면서 친해진 친구들이 생겼다. 덕분에 커피가 세분화돼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팝업스토어도 하고 공부하고 커피 커핑(coffee cupping)이라고 커피 맛을 감별하는 작업인데, 그런 것도 했다. 새벽까지 하다가 아침에 출근하던 열정적으로 하던 시기가 있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고 서로 응원하면서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건 브루잉이라는 데 도달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것과 직업으로 삼는 것, 그리고 창업하는 것은 크게 다를 것 같다. 

크게 다르지 않다. 커피를 좋아하니까 내려 마시고 그러다 보면 홈 바리스타가 될 수도 있고, 홈 바리스타에서 더 배우고 싶으면 바리스타가 될 수 있고 거기서 가게운영을 하고 싶거나 커피 관련된 가게를 열 수도 있다. 카페를 내지 않아도 집에서도 그만한 좋은 기계를 쓰기도 한다. 무게만 다를 뿐이지 커피를 좋아한다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생’을 차리게 된 과정은.

스물여섯일곱 즈음에 나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했다. 동료 바리스타와 예전에 일하면서 매장을 내게 되면 어떤 식으로 하고 싶으냐고 이야기하다가 핸드드립숍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너무 잘 되는 가게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들이 많았다. 가게가 잘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키우게 됐다. 공생을 열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는데, 출근길에 점포 임대한다는 거 보고 창업비용은 친구들이 빌려줘서 차렸다. 돈이 준비가 안 됐는데 해결이 됐다. 하고자 하면 어떻게든 다 해결이 된다. 가게를 열면서 리스크를 크게 둔 게 아니었다. 일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충분히 갚을 수 있는 돈을 빌려서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으로 꾸준하게 쭉 이어져야 좋은 매장을 차리게 됐다. 앞으로 3년, 5년. 길게 10년까지 가면 좋겠다. 

▶커피가 주는 매력은.

커피에 대해서 공부하면 ‘나라마다 다른 맛’에서 그치지 않고 로스터리마다 다르고 생두마다 다르고 나라의 어떤 농장마다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이 농장 이 커피가 좋았어’, ‘어느 로스터리에서 볶은 게 좋았어’ 알게 되는 게 매력이다. 알고 나서 커피를 마시면 그 향미가 느껴질 때가 많다. 커피의 매력은 낮에 마시는 와인이라고 한다. 단순히 카페인 충전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기다리더라도 더 맛있는 커피를 마셨을 때, 하루의 만족감을 주는 커피가 좋다. 

▶커피를 내리고 파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무엇인가.

공생은 아지트라는 지향성을 갖고 있다. 커피를 내리는 일 자체나, 내가 내린 커피를 맛있다고 반응해주는 것보다도 커피라는 매개체로 사람들을 알게 되고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맺을 때 보람을 느낀다. 커피라는 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매개체이다. 내려준 커피 맛이 좋은 건 그 다음이다. 커피 맛으로 시작해서 관계가 생기고 대화하고 친해지고 가게 밖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그러는 관계가 이어진다는 것이 보람이 있다. 커피를 통해 취향을 공유하고 이런 것들이 큰 보람이다. 가게에 계속 와주는 손님들이 생겨나고 대화할 수 있고 이런 것들이 공간이 주는 힘이다. 

▶여전히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카페나 차려볼까?’라는 선택지를 쉽게 떠올리곤 한다.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나는 겁이 많은데 경험으로 판단하는 편이다. 경험이 있으면 된다는 주의다. 예전 어느 인터뷰에선 창업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가게를 좀 하고 난 다음에 드는 생각은 차리고 망하는 게 낫다. 카페 먼저 차리고 망한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너무 뼈아픈 말인가? 유지하면서 돈을 갚아나갈 수 있느냐, 이런 것도 고려해서 차리고 나서 망하고 고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카페나 차릴까’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단 전제는 자신 있으면. 바리스타 학원 한 번 다니고 한두 달 차리는 게 제일 큰 문제다. 현실은 카페라는 곳은 커피가 전부가 아니다. 공간이 주는 힘도 있고 인테리어도 있고, 또 브랜드를 보고 오기도 한다. 모든 것이 다 준비가 돼야 한다. 

▶앞으로 공생에서, 혹은 바리스타로서 더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바리스타로서 계획은 협업하는 것이다. 로스터리 사람들이 이곳에서 커피를 내린다거나 어떤 행사에서 준비한 커피를 내려주는 것도 해보고 싶고 게스트 바리스타로 다른 가게에서 일하거나 어느 가게에서든 커피를 내리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커피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알아가는 그런 것이 내게는 궁극적인 목표다. 지금은 역량이 부족하고 돈벌이를 우선으로 하다 보니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면 매장 바꾸기도 해보고 싶고 사람들에게 커피에 대한 매력도 알려주고 싶다. 

김태연 특별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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