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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의 계통지리학적ㆍ유전적 다양성 정보 필요
  • 양미연 기초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20.11.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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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고]  해조류의 유전적 다양성 중심지 밝히기 위한 계통지리연구

양미연
기초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대부분의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독특한 집단 구조를 나타내는데, 이는 생물종의 서식지에서 일어나는 지리적 그리고 역사적인 사건과 연관돼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안에 분포하고 있는 해조류는 과거의 지질학적 사건에 의해 크게 변화해온 해양 환경을 설명해줄 중요한 생물 모델이다.

또한, 해조류는 해수면 온도, 해류의 흐름, 인간활동에 의한 개체군의 이주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그 유전적 변이의 분포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유전적 변이를 이용한 유전적 특성파악은 생물의 진화역사를 살펴볼 수 있으며, 잠재종(cryptic species)과 같은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생물다양성의 새로운 측면을 밝힐 수 있고, 과거와 현재를 기반으로 향후 기후변화로 야기될 수 있는 생물의 분포 양상을 추론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홍조류를 중심으로 계통지리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중 흥미로운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조간대 상부 암반에 서식하는 불등풀가사리(Gloiopeltis furcata sensu lato)(위). 북태평양에 분포하는 불등풀가사리(Gloiopeltis furcata sensu lato)내의 8개 계통군의 계통학적 유연관계(a) 및 지리적 분포양상(b) (Yang et al. 2020. J. Appl. Phycol. 32: 2515-2522)(아래).

 

북태평양에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불등풀가사리(Gloiopeltis furcata sensu lato, 그림 1)는 조간대 상부 암반에 군집을 이루어 서식하는데, 이 종은 식용으로 사용돼 한국, 일본, 중국의 자연군락에서 채취돼 판매되기도 하며, ‘funoran’이라는 다당류를 포함하고 있어 과거부터 천연 접착제로 이용돼 왔다.

필자는 북태평양에 분포하고 있는 불등풀가사리의 유전적 다양성을 파악하고 계통다양성 중심지를 평가하기 위해 한국, 일본, 중국, 캄차카(러시아), 브리티시컬럼비아(캐나다)에서 샘플을 확보해 미토콘드리아 COI-5P와 색소체 rbcL 유전자 구간을 분석한 유합 계통수, haplotype network 및 유전적 다양성 분포맵을 구축했다.

그 결과, 불등풀가사리는 총 8개의 뚜렷한 계통군으로 구분되며 북서태평양에서 모든 계통군의 분포가 확인된 반면, 북동태평양에서는 오직 한 개의 계통군만 분포하는 것을 밝혔다. 이 결과는 북서태평양 지역이 불등풀가사리의 유전적 다양성 중심지임을 뒷받침하며, 특히 제주도 남부지역이 그 다양성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또한, 8개의 계통군 중 Lineage A의 경우 북서태평양의 남부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다른 계통군과는 달리 한국의 강릉, 일본의 홋카이도, 캄차카,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비교적 낮은 해수면 온도에 적합하게 진화해온 계통군임을 추론할 수 있다.

이는 향후 기후변화 및 해수온 상승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개체군 집단의 이동양상을 파악하고 보존대책을 제시하기 위한 기본 자료로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분자분석을 이용해 유전적 차이를 밝히고, 추가적인 형태형질 분석을 통해 신종을 보고한 사례도 있다(Yang and Kim 2018). 불등풀가사리속에 속하는 애기풀가사리(Gloiopeltis complanata)는 한국과 일본 연안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불등풀가사리속 다른 종에 비해 크기가 5cm 이하로 작고 다소 편압된 가지를 갖는 특징으로 구분돼 왔다.

한국과 일본에 분포하는 개체들이 실제 같은 종인지, 같은 종이라면 유전적 차이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과 기준생육지를 포함하는 일본에서 채집을 수행했다.

모든 샘플에 대해 미토콘드리아 COI-5P와 색소체 rbcL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계통수를 구축해 계통학적 유연관계를 살펴보았더니, 한국 및 일본에 분포하고 있는 종은 각각 다른 계통군을 형성하면서, 유전적 차이는 COI-5P에서 16.8-17.5%, rbcL에서 6.3-6.8%를 보였다. 홍조류의 유전적 차이는 COI-5P 유전자에서 2%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다른 종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이전 연구결과에 비해 매우 높은 유전적 차이를 갖는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분자적 차이와 함께 형태형질 분석결과도 차이를 나타냈는데, 한국산 샘플은 일본 샘플에 비해 1.0-2.5 cm로 다소 작으며, 낭과(cystocarp)의 발달 위치가 일본산 샘플은 가지 상부에 발달하는 반면, 한국산 샘플은 낭과를 형성하는 부지(proliferaton)를 발달 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사분포자낭의 위치가 일본산 샘플에서는 가지 상부에 국한해 발달하는 반면, 한국산 샘플은 엽체 전반에 사분포자낭을 발달시켰다. 이러한 분자 및 형태 형질의 뚜렷한 차이에 근거해, 한국산 샘플과 일본산 샘플은 서로 다른 종임을 확인했고, 한국산 샘플에 대해 Gloiopeltis frutex M.Y. Yang & M.S. Kim이라고 신종 명명했다.

이렇게 형태적 유사성으로 인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을 잠재종(cryptic species)이라 하며, 분자분석 및 생식기 형질 분석을 통해 신종 및 미기록종을 밝히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최근에는 북서태평양 지역 내에서 불등풀가사리의 유전적 분포 구조를 명확히 하고 과거 빙하기 시대 동안의 레퓨지아(refugia)를 추정하기 위해 도쿄해양대학의 Prof. Daisuke Fujita와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일본 전역에서 불등풀가사리를 채집해 한국과 일본산 샘플의 계통다양성을 평가하고 지역별 유전적 유사도를 측정해 현재 불등풀가사리의 유전적 분포양상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추론하고자 한다. 또한, 차후 연구에서는 불등풀가사리에서 확인된 잠재종의 형태형질 분석을 통해 신종을 보고함으로써 국가생물자원 주권 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불등풀가사리 이외에도 필자는 애기가시덤불속(Caulacanthus), 갈래곰보속(Meristotheca), 진두발속(Chonrus), 부챗살속(Ahnfeltiopsis), 곱슬이속(Plocamium) 등에 대해 계통지리연구를 수행 중이다.

특히, 넓은 지리적 범위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 범세계종(cosmopolitan species)의 경우, 여러 잠재종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들의 유전적 다양성 및 지리적 분포패턴을 파악하고 유전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한반도에 분포하고 있는 주요 홍조류를 대상으로 유전적 다양성과 군집 및 개체간 유전자 흐름에 관한 정보를 분석 중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결과를 통해 예상보다 많은 분류군이 높은 유전적 다양성을 보이며, 그 분포패턴은 종별로 다양하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매력을 느낀다. 

전 세계는 점차 생물자원이 국가의 경쟁력임을 인식해 경쟁적으로 자국의 생물종 다양성의 파악과 관리에 힘쓰고 있다. 해조류는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들 개체군의 유전적 및 계통다양성과 관련된 연구가 매우 제한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연안에 분포하고 있는 해조류는 현대의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서식지 파괴, 외래 생물의 유입 등의 이유로 개체군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들을 보다 과학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특정 서식지에 분포하는 해조류의 계통지리학적 정보 및 유전적 다양성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해조류의 계통지리연구는 집단 구조와 특성 및 유전자 흐름에 관한 기초과학적 정보를 축적하는데 그 의의가 크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과거를 추론하고, 현재를 파악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양미연 기초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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