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국민의 기본권 지켜야 민주주의 보호 위한 검찰개혁 방안 필요"

최 경 준
사회교육과 교수

검찰 조직의 독립성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검찰 개혁의 방향과 접근법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높고 이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 검찰 조직, 시민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다. 현 상황은 검찰을 비롯한 법집행 조직이 그만큼 정치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검찰 개혁에 대한 지금의 논쟁과 갈등은 비단 검찰 조직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 이후 한국이 직면한 국가 조직의 자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 결부해 있다. 

지금의 검찰 개혁 문제는 국민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관들이 무엇으로부터 얼마만큼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누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정치공동체가 국가를 만든 것은 생명과 재산에 대한 보호 등 인간의 기본권을 “국가에 의한 보호”를 통해 더욱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에 대한 보호를 제공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공권력의 남용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침해하는 문제는 “국가로부터의 보호” 역시 정치공동체가 확보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을 제기한다. 미국이 국가건설 초기 고민했던 문제 역시 “천사들”이 아닌 불완전한 인간들이 지배하는 정치의 현실에서 국가에 의한 보호와 국가로부터의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마련할 것인가였다.

국가에 의한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의 측면에서 과거 한국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법집행 조직을 비롯한 국가 공권력 조직에 대한 “정치적 동원”이었다. 권위주의 시기 동안 검찰과 경찰을 비롯한 한국의 법집행 조직들은 국민을 보호하는 본질적인 역할보다는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공격 등 정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봉사하면서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적 민주화의 전개는 법집행 조직들이 정치적 동원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누리며 공정하고 능력 있는 법집행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높여왔다. 

그러나 현재 검찰 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검찰에 대한 정치적 간섭과 동원을 차단해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데 불충분하다는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기소독점과 전관예우 등 개인 또는 조직 차원의 이익을 위해 검찰이 특정한 정치 세력과 유착하거나 편파적인 법집행을 하는 “자기 정치화”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검찰에 대한 다양한 감시와 견제 장치가 마련돼야 함을 주장한다. 

문제는 검찰에 대한 이러한 통제 장치의 마련이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해 위로부터의 정치적 동원에 의한 중립성 파괴라는 과거의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검찰 개혁은 검찰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차단하면서 검찰의 자기 정치화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라는 복합적인 과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사실 검찰의 중립성 유지는 이중 삼중의 외줄 타기와도 같다. 검찰에 대한 위로부터의 정치적 개입과 검찰의 자기 정치화도 문제이지만 편협한 이익을 지닌 다양한 사회 세력에 의한 침투로 인한 법집행 조직의 포획화도 경계해야 한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도 인종적 소수집단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법집행 과정에서 나타나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역시 특수한 사회 집단과 세력에 대해 관대하고 다양한 정치적 소수자에 대해 가혹한 법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의 검찰 개혁은 법집행 조직에 대한 정치적 개입, 자기 정치화, 그리고 사회 세력에 의한 침투라는 다면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비단 검찰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국가 권력 기관들이 공정성을 담보하면서도 민주주의 가치의 실현에 기여하는 제도적 방안을 동시에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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