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도 이제 두 학기가 지나가고 있다. 사실상 2020년 2학기가 끝나가고 방학을 앞두고 있으니 거의 1년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있는 셈이다. 섣부른 감이 있지만, 대학의 팬데믹 사태도 어느덧 정산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는 여러 사설로도 확인된다. 그 글들은 각기 다양한 주장을 담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 자기 반성과 변화 촉구의 목소리로 요약된다. 그 주장들은 외적으로는 점잖았지만 다급한 위기 상황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단말마(斷末魔)에 가까웠다. 

그러면 다급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두 학기 보낸 제주대의 반성과 각성의 결과는 과연 무엇인가? 만약, 지금이 코로나 이후 첫 학기라면 조금 관대해도 좋을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염려했던 선지자적인 과학자들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지구인이라면 모두들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 일상이 이렇게 큰 변화를 겪으리라고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첫 학기는 모두 당황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어설픈 비대면 수업을 해야만 했다. 대학 본부와 교강사, 그리고 학생들 모두 저마다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서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두 학기가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 대학의 수업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중간고사 이후 대면 수업을 재개했지만, 비대면 수업과 학술대회, 세미나는 ‘뉴 노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학의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인프라는 여전히 낙후된 상태로 머물고 있다. 비대면 수업이나 온라인 학술대회를 하는 동안 언제 ‘네트워크가 불안정합니다’라는 경고 메시지가 뜰지, 불안감을 느껴야 한다. 열악한 인터넷 상태 때문에 온라인 미팅 앱이 멈춰버리거나 튕겨 나가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구식 컴퓨터나 장비마저 말썽을 부리면 수업이나 학술 세미나를 제대로 하기는 불가능 상황이 된다.

랜 환경이나 와이파이 환경이 열악한 것은 어느 단과대학이나 비슷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일부 장비를 지원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강사들은 개별적으로 강의실과 연구실에 공유기를 설치하거나 온라인 강의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다음 총장은 대학 전체에 인터넷을 재정비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번지고 있다.

과거에 교탁과 책걸상, 칠판과 분필이 없는 강의실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강의동 없는 대학이 가능하다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기본적인 교육 환경을 갖추는 일은 여전히 대학의 제1의 업무다. 팬데믹 상황에서 네트워크 환경이나 온라인 교육 기자재는 가장 근본적이며 기초적인 교육 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기본’을 갖추는 일에 우리 대학은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 대학 본부의 열의와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알겠다. 대학 본부가 지금부터라도 학내 인터넷 및 무선통신 인프라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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