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 원년으로 불려야 하는 해로, 모든 활동이 영향을 받았다. 교육 또한 오랫동안 익숙해왔던 교실에서의 대면 수업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대다수의 수업을 진행했다. 초중등 학교는 일 년여 간의 온라인 수업으로 학력 저하를 염려하는데, 대학의 경우는 그나마 교실 수업이 모두가 아닌 자율적 학습 또한 중요하기에 걱정은 덜하지만, 여러 문제는 노출되었는데 2020년 신입생은 개학부터 대학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지지 못하고 후배 신입생을 맞아야 한다. 졸업하는 학년은 그나마 자기 관리가 가능했기에 영향이 적었지만 4년여의 학교생활을 정리하는 매듭을 짓지 못하는 무언가의 부족함을 느꼈을 것이다. 

졸업은 2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침, 다른 하나는 어떤 일이나 기술, 학문 따위에 통달하여 익숙해짐으로 압축되는데, 영어도 ‘graduation’ 그리고 ‘commencement’의 2가지로 표현한다. 양쪽 모두에서 전자는 마침, 후자는 시작이라는 의미, 즉 배운 것을 사회에서 적용하며 홀로 자신의 인생을 시작하는 첫걸음이라는 뜻이다.

특히 대학은 초등학교에서 시작해 많은 지식과 정보를 누적시켜 긴 마무리를 짓는 마지막 과정이자 흰색의 상아탑으로 이후부터는 온갖 갈등과 유혹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작이다. 비교적 동질 또는 유사한 목적을 가지고 모인 집단에서 이제 여러 다른 방향과 접근을 취하는 다양한 사람과 제도에 포함되며 입장 차이를 참고, 극복하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지시를 따르는, 적절한 일상을 따르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등 다양한 사회의 요구에 자신을 참여시키며 모든 학창 시절보다도 긴 사회생활이 자신을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바뀌게 할 수도 있다.

그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사회생활이다.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대학을 떠나는 곳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동반자로 여겼으면 한다. 대학을 가까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대학원 과정을 밟는 것도 방법이지만, 다양한 자료와 책을 찾아 읽으며 자신을 잃지 않는 고향, 본가 같은 곳으로 여겼으면 한다. 동네의 도서관들이 부족도 하고 입시, 취업 준비생들로 붐비며 도서 구비보다는 열람석 제공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대학 도서관은 자료의 보고로 활용하는 습관이 특히 제주 지역에서는 필요하다.

대학은 학습을 위해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만이 아니라 필요할 때 다시 찾을 수 있는 지역공동체의 학습 구심체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인식하면 좋겠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대학 또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찾는 졸업생을 언제나 수업 청강으로, 도서관 자료로, 그리고 교수들의 졸업생과의 평생 지도로 환영하는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졸업은 마침의 의미보다 스스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증표로 새로운 시작과 더불어 맞닥뜨릴 복잡함 속에 묻혀 버릴 수 있는 자신을 북돋울 수 있는 노력을 시작하는 시점으로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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