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한글 맞춤법 사용 사례 자주 보여
매년 국민 시간 비용 118.3억 원 손실
바르고 건전한 언어문화 확산 필요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에 대학 앞장서야

>> 한글 맞춤법, 제대로 쓰고 계십니까

‘것을’의 준말로 쓰인 경우에는 ‘걸’을 띄어서 쓰고, ‘뿐’은 조사이므로 앞말과 붙여쓴다(위쪽) ‘의존명사와 명사는 앞 단어와 붙여 쓸 수 없다. ‘진행 시’, ‘강화 시’, ‘미착용 시’, ‘입실 전’, ‘교육실 내’로 써야한다(아래쪽 ).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소통상의 편의를 위해 쉽고 분명한 언어로 쓰여야 한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보고, 듣고, 읽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공공언어’가 있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성을 띤 언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모든 언어를 ‘공공언어’라고 한다. 

우리가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해진 국어의 규범이 ‘어문 규범’인데, 어문 규범은 공공언어가 따르고 지켜야 할 공식적인 기준이다. <편집자 주>

◇대학 내의 언어 사용 되돌아봐야

우리가 대학 교정에서 볼 수 있는 공고문, 현수막, 홍보물 등에서 어문 규범에 맞지 않게 표기된 언어를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유형별 글쓰기 빈도의 43%가 업무용 전자우편 쓰기에 사용되고, 21%가 공문 쓰기에 사용된다. 바르고 건전한 언어문화의 확산을 위해서 대학가에서 먼저 모범적인 언어 사용을 꾀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학 내에서 나타난 한글 맞춤법 오류 양상을 찾아봤다.

◇어문 규범에 맞지 않는 표기 많아

대학 누리집에서 가장 많이 확인한 오류는 띄어쓰기와 문장부호, 외래어 표기법이다. 각각 47회(56.2%), 31회(37.3%), 5회(6%)의 오류를 확인했다. 

한글 맞춤법 제2항에 따르면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단어는 자립적으로 쓰이는 말의 단위이다. 대체로 한글은 단어를 단위로 해 띄어 쓴다.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자주 쓰이는 단어 중 ‘대면수업인원’, ‘학사관리’, ‘중간평가’, ‘운영지원’, ‘일반휴학’ 등은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간부터’, ‘10. 25.(금) 까지’, ‘한학기’ 같은 경우 한글맞춤법 제41항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에 따라 ‘기간부터’와 ‘10. 25.(금)까지’가 올바른 맞춤법이다. 또한 한글맞춤법 제43항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이기 때문에 ‘한 학기’로 정정해야 한다. 

‘~할 수 있다’ 오류 양상도 많았다. ‘할’은 불규칙 동사 ‘하다’의 활용형이다 .예시로 ‘∨연장 할 수 있다’는 ‘연장할 수 있다’로 써야 한다. 만약 ‘연장 하다’로 쓰려면 ‘연장’과 ‘하다’가 각각 하나의 단어야 한다. ‘-하다’는 홀로 쓰이지 않는 단어다. 항상 다른 어근이나 단어에 붙어 새로운 단어를 구성하는 접사이기 때문이다. 

‘수’ 역시 붙여 쓰는 경우가 많았다. ‘수’는 어미 ‘-은’, ‘-는’, ‘-을’ 뒤에 쓰인다. 주로 ‘있다’와 ‘없다’ 따위와 함께 쓰며, 어떤 일을 할 만한 능력이나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뜻하는 의존 명사다. 

의존 명사는 독립적으로 쓰이지 못하지만, 자립적인 명사와 기능이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단어로 다루며, 앞말과 띄어 써야 하는 어미다.

이는 한글 맞춤법 제42항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에도 나타나 있다. ‘등록시’에서 ‘시’는 때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간외’ 역시 일정한 범위나 한계를 벗어남을 나타내는 ‘외’는 의존명사이다. 때문에 앞말과 띄어 쓰고 뒷말과 붙여 쓴다. 

‘강의실등은’, ‘불가피한 사정등으로’는 한글 맞춤법 제45항 ‘두 말을 이어 주거나 열거할 적에 쓰이는 말은 띄어 쓴다’를 보면 정답을 알 수 있다. ‘겸’, ‘내지’, ‘대’, ‘등’, ‘ 및’, ‘등등’, ‘등속’, ‘등지’가 이에 해당하는데, ‘등’ 역시 포함되므로 ‘강의실 등은’, ‘불가피한 사정 등으로’로 적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문장 부호 오류 양상

문장 부호 오류 양상으로는 물결표 오류가 많았다. 물결표(~)는 기간이나 거리 또는 범위를 나타낼 때 쓰는 문장 부호다. 물결표는 앞뒤 말과 붙여 써야 한다. 반대로 ‘운영기간 :’ 같이 쓰이는 쌍점(:)은 ‘운영 기간:∨’처럼 앞말과는 붙여 쓰고 뒷말과는 띄어 써야 한다. 

강조의 의미로 ‘대학명찾기 “제주대”조회’나 ‘고지서상에 “0원”으로 표시됨’과 같이 잘못된 큰따옴표(“”)의 사용도 눈에 띄었다. 큰따옴표는 말을 인용할 때 사용한다. 중요한 부분을 두드러지게 할 때나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는 작은따옴표(‘’)로 나타내야 한다. 또 홑화살괄호(<>)를 순서를 나타내는 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잘못된 사용이며, 홑화살괄호는 양쪽을 모두 닫은 형태로 사용해야 한다.

‘컨텐츠’, ‘첨부화일’, ‘츄리닝’, ‘리더쉽’, ‘뱃지’는 외래어 표기법 제2항 ‘외래어의 1 음운은 원칙적으로 1 기호로 적는다’에 따라. 이음 현상이나 음원 변화를 하나씩 고려하지 않고 동일하게 1음운 1기호 원칙을 적용한다. ‘콘텐츠’, ‘파일’, ‘추리닝’, ‘리더십’, ‘배지’ 의 올바른 표현으로 사용해야 한다.

‘졸업년도’는 두음 법칙에 따라 ‘년도’가 아닌 ‘졸업 연도’로 적어야 한다. 한글 맞춤법 제10항을 보면 ‘한자음 녀, 뇨, 뉴, 니가 단어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여, 요, 유, 이로 적는다’. 하지만 이 두음 법칙에는 예외사항이 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의존 명사에서는 ’나, 녀‘음을 인정한다’인데, ‘년(年)’이 이에 해당한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연도’는 자립명사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년도는 보통 의존명사로 사용된다. 혼자서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립명사인 연도를 사용하고, ‘졸업’과 ‘연도’를 띄어 써 ‘졸업 연도’로 표기한다. 

홍보 포스터에서는 ‘제 0회’ 같은 맞춤법 오류를 가장 많이 발견했다. 

‘제-’는 접두사이기 때문에 뒷말에 붙여 써야한다. 따라서 ‘제0 회’가 원칙이며, 한글 맞춤법 제43항 ‘다만,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려 쓰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있으므로 ‘제0회’로 쓰는 것도 허용된다. 하지만 홍보 포스터에 쓰인 ‘제 0회’처럼 대체로 그렇게 쓰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띄어쓰기에 어긋난다. 

외래어의 경우 한국어 표현을 사용해‘컨설팅’은 ‘상담’으로 ‘부스’는 ‘홍보관’으로 적는 것이 좋다. 

‘채용 상담’, ‘채용의 기회’와 같은 표현오류도 종종 보였다. ‘채용’은 기업이 하는 것이고, ‘취직’은 구직자가 하는 것이다.  ‘보여짐’ 또한 피동의 뜻을 나타내는 ‘-이’와 ‘-어지다’를 이중으로 썼기 때문에 부적절하다. 단어의 뜻에 맞는 언어를 잘 골라서 써야 한다. 

◇한자어 사용 지양해야

사람들이 쉽게 읽기 어려운 한자어는 바꿔주는 것이 좋다. 

‘상이한’은 ‘(서로) 다른’, ‘가급적’은 ‘될 수 있으면’, ‘미연에 방지하다’는 ‘미리 막다’, ‘시정하다’는 ‘(잘못을) 바로잡다’, ‘유보하다’는 ‘미루어 두다’, ‘사료됨’은 ‘생각함’으로 바꾸는 것이 쉽고 빠르게 이해하기 편하다.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되며 비로소 우리는 우리말을 그대로 표기할 수 있는 문자를 갖게 됐다. 

‘한글 맞춤법 영향 평가’ 통계에 따르면 언어생활에서 한글 맞춤법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8.9%)고 대답한 비율보다 그렇다(66.8%)고 대답한 비율이 훨씬 높다. 국립국어원 조사에서도 한글 맞춤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다 응답한 국민이 862명(84.1%)이었다. 

◇대학 내 바른 공공언어를 사용해야

잘못된 공공언어의 사용은 그것을 읽고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물론 많은 공문서를 처리해야 하는 업무상, 맞춤법 검토는 번거롭고 까다로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학문의 전당이라 평가되는 대학에서의 바른 공공언어 사용은 당연하고도 마땅한 일이다. 

올바른 맞춤법 사용은 그 기관의 얼굴이자 본보기다. 올바른 공공언어 전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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