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힘든 코로나19 시대에도 봄꽃은 여기저기서 화사하게 불붙기 시작했다. 따스한 봄기운에 피어나는 꽃들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며칠 전, 제주대학교 입구에 있는 벚꽃 길을 지나며 ‘와! 3월 중순인데 벌써 꽃이 다 피었네’하고 감탄했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지난 1년도 지나간 시간 속에 겨울과 함께 묻혔으면 하는 바람도 가졌다.

어느 시인은 ‘지난겨울이 추울수록 벚꽃 잎은 더 붉다’고 했다. 필자가 대학시절, 우연히 들렀던 중고책방에 있던 시집에서 읽었던 글이다. 짧지만 강력한 이미지로 남아 아직도 기억이 또렷하다.

필자는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했다.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경제위기를 겪던 1997년의 일이었다. 당시 대학가에선 ‘대학졸업생 10명 중 7명은 실업자’라는 말이 자주 입을 오르내렸다. 막막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당시도 그랬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는 듯해 기성세대로서 가슴이 아프다. IMF 때보다 취업문이 더 좁아진 것 같아 그렇다. 입학에서부터 졸업, 그리고 취업까지 산 넘어 산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설상가상이다.

지난 1월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제주특별자치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실업자는 1만명으로 전년 대비 1000명 늘었다. 연초에는 대학졸업생 등이 포함되며 지난 1월 도내 실업자는 2만 명에 이른다.

연간 평균 실업률도 전년도에 견줘 0.4%p 오른 2.5%로 2005년과 동률을 이루며 15년 만에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심지어는 지난해 6월 도내 실업률은 4.0%까지 상승하며 1999년 7월 4.4%에 근접했다. 21년 만의 일이다.

반면 지난해 제주지역 고용률은 67.1%로 1년 전에 견줘 1.3%p 하락했다. 2013년 66.4%를 기록한 후 7년 만의 최저치다. 1년 새 취업자 4000명과 경제활동인구 2000명이 각각 감소했다. 게다가 급여를 받지 않는 비임금근로자와 무급가족종사자가 늘어 바닥을 드러낸 제주경제의 지표를 대변했다.

예나 지금이나 제주에는 양질을 떠나 청년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8월 제주국제자유도시연구단이 도민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제주의 불편사항 1순위는 일자리 부족(14.7%)이었다. 특히 산업분야에서는 청년 일자리 부족(30.5%)이 최고 선결과제였다.

이러한 경제지표들을 보면서 제주의 미래는 청년들의 마음처럼 암울하다. 제주는 초고령화사회로 가고 있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 가족의 모습이다.

때문에 청년일자리 창출이 중요하고, 심적이나 경제적으로 힘들게 생활하는 대학생과 취업생들을 위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IMF 경제위기를 이겨낸 한국국민, 그리고 그보다 더 강한 제주인으로서 현재의 힘든 시기를 우울과 무기력으로 소모하지 말고 도전하고 준비하며 지내길 바란다. 찬란한 봄은 아무리 추운 겨울을 이기고 언제나 우리 곁을 찾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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