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의 코로나19 팬더믹(전염병 대유행) 선언은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깡그리 무너뜨렸다. 혹자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경고’라고 말한다. 그 거센 여파는 사회 전반에 몰아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허약한 구조와 치부를 드러내는데도 일조하는 중이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급격한 전환기적 기로에 선 우리나라 대학의 위기가 여실히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다행이라 할 만 하다.

최근 한 신문은 ‘무너지는 지방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올해 대입에서 전국 4년제 대학 200곳 가운데 신입생 미달 규모가 100명 이상인 대학이 30곳이 넘었다. 18개 대학은 미달 규모가 200명 이상이면서 정원의 10% 이상 신입생을 뽑지 못했다. 이 가운데 75개 대학은 신입생 추가 모집에서도 끝내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원광대와 대구대 등 해당 지역 유수의 대학도 다수 포함됐다. 심지어 일부 국립대마저 사상 초유의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었다. 이로 인해 모 대학 총장이 자진해 사퇴 의사를 밝혔는가 하면 모 총장은 소속 교수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지방대 몰락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제주대학교의 경우는 과연 어떤가.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제주대는 2021학년도 신입생 등록을 최종 마감한 결과, 정원 내 모집인원 2088명 전원이 등록해 충원율 100%를 달성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신입생 충원율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이와 관련 대학 측은 대입전형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왔고, 도내 학생들이 제주지역을 이끌어갈 우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전형제도 확대 등 학생들의 선택 기회를 높인 점이 주효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제주대는 지난해 4단계 BK21 사업에 선정되어 7년간 총 230억원의 정부지원을 받게 됐다. 국립대학육성 및 대학혁신지원사업, LINC+(사회맞춤형산학협력 선도대학) 사업 등으로 연간 200억원이 넘는 사업도 유치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의 승인으로 2022학년도부터 인공지능(AI) 전공과 데이터사이언스학과 등 첨단학과 3개가 신설된다고 밝혔다. 

송석언 총장은 올해 신년인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등 지난날의 경험을 교훈 삼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교육과 디지털 시대를 이끌 인재양성에 주력할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추세적 흐름에 현명하게 대처하겠다는 각오도 피력했다.

그러나 이는 말만 가지고 될 일은 아니다. 신입생 충원율 등 현실에 안주해선 결코 안 되며, ‘선택과 집중’ 등 특단의 대책 없이는 무한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내년에 제주대학교는 개교 70주년을 맞는다. 이를 위해선 사업추진위 구성과 기념행사 등 겉치레가 아닌, 대학의 내실 발전과 도약이란 보다 큰 그림을 확고하게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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