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을 가꾸고 있는 제이콥과 그의 가족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정이삭 감독이 연출하고 올해 개봉한 <미나리>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은 아칸소 새 집으로 이사합니다. 하지만 집이 이상합니다. 트럭 위에 놓인 이동주택입니다.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모든 재산을 땅을 사는 데 썼습니다. 제이콥은 그 땅에서 자신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합니다. 

엄마 모니카(한예리)는 불안하지만 일단 믿고 살림을 꾸립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함께 살기로 합니다. 큰딸 앤과 심장이 좋지 않은 어린 아들 데이빗은 미국 할머니 답지 않은 순자가 못마땅합니다. 

<미나리>는 4월 25일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연기상 후보가 됐습니다. 

◇‘미나리’를 어떻게 볼까?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은 자신이 실제로 겪은 성장 경험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왜 제목이 <미나리>일까. 이 또한 정이삭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과 관련 있다고 하네요. 

정이삭 감독은 미국 아칸소 시골 마을 작은 농장에서 자랐습니다. 한국에서 온 할머니가 미나리 씨앗을 아칸소에서 키웠다고 합니다.

‘미나리’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할머니 ‘순자’는 미나리가 좋은 이유를 이렇게 말하죠.  

“미나리는 참 좋은 거란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먹을 수 있어. 맛있고 국에도 넣어먹고 아플 땐 약도 되는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미나리는 몇 가지 의미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한국인’입니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죠.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은 미국 땅에서도 뿌리 내려 잘 자랍니다. 한국인들도 낯선 땅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끈질기게 살아남았습니다. 지금은 미국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가 됐죠.  

다음으로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할머니가 사라져도 미나리는 여전히 푸르고 울창하게 잘 자랍니다. 가족들을 살리는 양식이 됩니다. 

할머니를 비롯한 부모님의 사랑이 있어서 지금 우리가 잘 살고 있다고 영화는 말합니다. 그 사랑은 미나리처럼 자식들을 살리는 양식이 됩니다. 영화 대사처럼 부모님의 사랑은 “누구든 다 먹을 수 있고 약도 되는, 그야말로 원더풀”입니다. 

◇<미나리>는 한국영화일까, 미국영화일까?

<미나리>는 ‘종교적’ 색채가 강합니다. 데이빗 가족이 정착한 아칸소는 ‘기름진 땅’으로 묘사됩니다. 구약 성서에 나오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이콥과 함께 일하는 폴이 일요일마다 십자가를 지고 걷는 장면, 데이빗 가족이 교회를 다니는 장면도 나옵니다.

‘기독교’는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입니다. <미나리>는 우리가 ‘신’의 영향 아래에서 살고 있음을 수시로 이야기합니다. 할머니 순자의 대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무섭다”에서 이를 알 수 있죠.  

이 때문에 한국 가족과 한국어가 나온다고 <미나리>를 한국 영화로 보는 건 곤란합니다. 미국의 시선과 문화가 깊게 개입된 미국 영화로 보는 게 맞습니다.

◇가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태어나보니 지금의 아빠와 엄마, 할머니였고, 지금의 집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아빠와 엄마, 할머니는 투표로 뽑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미나리> 가족의 자녀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할머니는 싫고, 아빠 엄마는 매일 싸우고, 집에 물이 끊기고 수확물 모두가 불에 타버립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도 엄청나게 받고 있을 겁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근본적으로 우리는 나의 가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가족에서 벗어나 살 수 없기에, <미나리>의 상황과 고민이 내 문제처럼 느껴집니다. <미나리>가 답답하고, 화나고, 슬프고, 감동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족’은 논리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냥 받아들이고 견뎌야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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