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시 연동 소재 옛 대한항공 사택 부지에 들어서는 아파트(84㎡ㆍ25평형) 분양가가 9억원대로 공표됐다. 이 아파트는 분양 후 12억~13억원까지 뛸 것이란 말이 벌써 나돈다. 덩달아 도내 기존 아파트들도 단지를 중심으로 연일 들썩거리고 있다.


바야흐로 부동산 광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허탈감과 박탈감이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다. 광풍이 시작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로 벼락거지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갑작스런 집값과 땅값 폭등으로 상대적 빈곤에 내몰린 서민들의 신세가 참담할 따름이다. 특히 청년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제주는 물론 전국 어디에서든 젊은이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꼬박꼬박 월급을 모아도 평생 자력으로 집 한 채 마련하기는 불가능해졌다.


대학생들은 졸업을 해도 일자리가 없어 무기력감을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이들의 분노는 공정과 정의에 대한 배신감으로 치환되고 있다. 청년들은 이른바 ‘열정페이’나 ‘노오력’을 강요하는 사회를 조롱하며 노골적인 반감과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4ㆍ7 재보선 결과 여야의 승패에도 2030세대의 분노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코로나19는 청년층을 절벽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젊은이들은 양극화와 불평등, 비정규직이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좌절하고 있다. 그들 앞에 놓인 소득ㆍ고용 현실은 위기를 넘어 재난 수준이다. 희망의 사다리는 부러진 지 오래다.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젊은이들은 생계 곤란과 주거 위협을 겪으며 미래를 외면하고 있다. 니트족(구직 포기자)과 캥거루족은 필수코스다. 그러니 청년들은 N포 세대로 전락했다. 좌절의 항목은 3포에서 5포, 7포에 이어 9포로 늘어났다. 취업과 연애, 결혼, 출산부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건강, 외모까지….


행정당국이 청년 일자리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뚜렷한 정책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제주도가 청년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거나 더큰내일센터를 설치하고 매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청년 소득 및 고용 안정화가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단순한 취업 문제만이 아니라 산업ㆍ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중소기업 기피현상 등 다양한 구조적 원인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청년정책에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되는 이유다.


한때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이 유행했다. 2010년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펴낸 베스트셀러 에세이 제목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조언이 공감을 얻었다. 이제 청춘은 아픔이란 등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들에게 아픔은 차라리 사치에 가깝다. 방황할 겨를도 없이 N포의 무게에 짓눌리고 취업, 생계 전선에서 허덕이고 있을 뿐이다. 젊은이들을 이대로 둬선 나라의 미래가 없다. 청춘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청년정책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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