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만나는 제주 / 김동윤 / 한그루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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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발견하고, 시인은 발명한다. 소설가는 시대의 현상 속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발견해 환기한다. 시인은 대상의 모습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결국 문학은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습관적으로 지나쳐버리는 것들을 조명한다. 그러므로 그 지역을 알려면 그 지역의 문학을 살펴보면 된다. 그러니 이 책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는 제주를 이해할 수 있는 제주 해설서다.


대학 때 교내 신문사에 투고한 시의 제목이 「유년의 바다」였다. 그 시 원고는 이제 없지만, 제목과 내용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스무 살 무렵, 별도봉 산지등대에 갔다가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내가 섬에 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우당도서관에서 시집을 읽으며 막연히 시를 꿈꾸던 시절이었다. 그 시에서 어쭙잖게 유년기에 출항한 배의 운명에 대한 시를 썼던 것 같다. 누군가 삽화도 그려주어서 고마웠던 기억이 새롭다.


그 시를 썼던 스무 살 청년은 군대에 입대한 뒤 다시 그 학교에 복학하지 않고, 문학을 전공하기 위해 새로운 학교로 갔다. 낯선 도시에서 가뜩이나 어리바리한 나는 멍한 표정으로 걸었을 테고, 일명 ‘도를 아십니까’를 묻는 사람들에게 종종 붙들렸다. 그때 그들이 처음 내게 말을 거는 질문들이 전부 나의 정체성에 관한 것들이었다. 나이, 고향, 하는 일, 그리고 나의 조상에 대해서.


졸업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뒤늦게 4ㆍ3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내게 조상의 안위를 걱정해주던 그 사람들의 물음처럼 나는 내 자신에게 자꾸 물었다. 그래서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살았던 마을의 4·3을 살폈다. 그렇게 해서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에 대한 시를 썼고, 그 시로 제1회 4·3평화문학상을 받았다. 그 상을 받기 몇 해 전, 제주작가회의에 정식으로 가입하기도 전에 계간 《제주작가》에 시를 투고 했는데, 조건을 따지지 않고 시를 수록해준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인 김동윤 문학평론가다. 그는 그 당시 《제주작가》의 편집위원장이었다. 발표 지면을 찾기 힘든 무명 시인에게 그 점은 너무 고마운 은혜였다. 그래서 곧바로 제주작가회의에 가입했다.


제주도에서 시를 쓰고 있으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지역에서 시를 쓰는 의미’다. 굳이 그런 질문을 받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시를 쓰는 의미는 이 땅에서 살고 있는 한 끝까지 내게 물어야할 할 부분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작가들도 그러한 마음으로 창작 활동을 했을 것이다. 오늘 내가 본 들꽃, 내가 만난 사람이 문학이 된다. 오늘도 나는 문학으로 제주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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