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50주년을 맞아 새시대에 부응하고 거듭 발전하는 제주대학을 기대하며 대학의 역사를 다시 생각해 본다.

  대학의 정의를 “특정 과목들에 대한 수준높은 교육을 보장하기 위해 선생들과 학생들이 모인 자율적인 공동체”라고 내린다면 세계 최초의 대학은 13세기 초 서유럽에서 나타났다.

  그 시대의 구조와 사회적·지적 역할을 감안해 볼 때 이 대학들은 매우 새로운 것이었다.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대학은 아마도 오랜 역사의 계승으로 탄생되었을 것이다.

  대학에서 가르쳤던 과목들의 본질적인 내용은 실제로 고대의 것들이었다.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음악, 천문학, 기하학 등 교양과목들이 그 기초를 이뤘으며, 후일 신학으로 불리게 될 신성한 학문도 포함했다. 법학이나 의학처럼 보다 실용적이면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과목들도 이 체계 속에 포함되었다. 중세 전기의 교육자들은 이 교과과정을 그대로 반복하기만 했고 그 내용은 풍성함을 잃어갔다.

  고대로부터 이어진 오랜 전통을 가진 이 교육은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11세기 말 활기를 되찾았다.

  12세기 전반부터 프랑스 북부지역에 교양과목들과 성서를 가르치는 수준높은 학교들이 세워지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선생들은 다른 지원 없이 자신들의 명성만으로 학교를 열었으며, 그들에게 돈을 지불하기로 하고 등록한 학생들을 가르쳤다. 12세기 후반에 많은 역동적인 학교 중심지들은 급격한 쇠퇴를 겪었다. 이 쇠퇴의 이유는 아직까지도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그 후 몇몇 중심지들은 이 쇠퇴에서 벗어나 전보다 더 급속히 성장했다.

  대학의 성장은 지식의 부흥을 일으켰다. 사회의 경제적 발전과 도시의 증가, 교역의 증대 등 서유럽의 전반적인 발전은 물론이며 새로운 지배층이 성립되고 전문가에 대한 인식이 깔리기 시작했다.

  일종의 지식집단으로서의 대학은 가만히 머무르지 않았다.

  전문인 배양이 늘어나고 고수준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대학은 끊임없이 개혁해 나아갔고 발전을 거듭했다. 사회의 변화가 대학의 변화를 부르기 전에 대학의 변화가 사회를 변화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세기를 거치며 각 국가의 대학들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대학의 제도를 기본적으로 수행했지만 점차적으로 국가별, 지방별로 필요와 불필요를 나누게 되었다.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학문발전에 의해 전통제도의 흔적은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19세기를 거치면서 나타난 고등교육의 새로운 특성들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그 이전 대학 체계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대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복잡해졌고, 학생들의 열망과 전문직에 편입될 수 있는 최종적인 가능성 사이의 괴리가 커졌다. 이는 사회의 요구와 대학의 정책 사이에 모순이 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전통을 고수하는 나라들마저 대학구조 개혁에 나섰다. 세계 전역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고 이에 대학의 조직형태와 교육은 큰 불신을 받게 되었다. 대학의 조직 형태들은 대체로 적은 학생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따라서 이 조직 형태들은 학생들의 새로운 이력이나 진출목표에 비출 때 뒤떨어진 것이 되었다.

  새로운 조직 형태들은 내적인 구분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과목을 최대한으로 개방했고 새로운 사회적 고객에 부응하는 다양한 교수법 모델을 개발했다. 이로 인해 대학이 포괄하는 다양한 부분들 사이에서 새로운 긴장이 유발되기도 한다.

  교과 과정의 차별화는 이질적인 지식습득과 진로의 다양성을 갖춘 대학을 만들었다. 미국의 저술가 ‘클라크 케르’는 이를 ‘다기능대학(multiversity)’으로 명했다.

  세계적인 규모에서 대학 구조가 대응해야 하는 또 다른 도전은 고등교육과 연구 사이의 관계를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제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과학, 그리고 그 기술적·군사적·경제적 응용이 현대 사회의 중심적인 목표가 되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적·사적 활동가들만큼이나 연구자들 스스로도 연구기관을 자율적인 것으로 만들려 했다.

  고수준과 전문적인 지식에 목마른 지금의 대학은 외부와의 단절과 독단적인 자립에 의한 성장은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이 개방된 세계에서 경쟁해 스스로의 권위와 지위를 지키는 일. 그것은 지식인들이 미래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무한히 변화하는 사회의 새로운 대중들을 위한 지출이며 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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