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줄기세포연구센터(센터장 박세필)와 ㈜미래셀바이오는 지난 1월 28일 제주흑우(黑牛)의 태반추출물과 인체줄기세포 배양액이 함유된 화장품 ‘블랙플라’를 출시했다. 과거 화학공학이 주도했던 화장품산업을 지금은 생명공학기술이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 화장품산업은 미(美)의 기준을 넘어 피부 활력과 노화 방지, 아토피ㆍ주름 개선 등 생명 증진을 위한 기능성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제주흑우 태반으로 영양을 담고, 줄기세포 배양액의 생리활성 성분이 더해진 화장품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박세필 교수는 2009년 체세포 복제 씨수소 1호인 ‘흑영돌이’를 만들어냈다. 멸종위험군으로 전락한 제주흑우의 보존과 대량 번식의 길을 열어줬다.

체세포 복제기술은 첨단 바이오생명기술의 집약체다. 우선 복제하려는 제주흑우의 귀 세포에서 핵을 추출한다. 귀 세포에는 원시 상태의 세포가 가장 많이 있다. 이어 씨암소에게서 난자를 추출해 핵을 제거한 뒤 그 자리에 귀 세포의 핵을 옮겨 심는다. 전기 충격을 가해 핵과 난자를 융합시켜 만든 수정란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킨다. 자연 출산과정으로 탄생하듯 자궁에 착상된 수정란은 한 마리의 개체로 세상에 태아난다.

박 교수는 흑영돌이에 이어 2011년 씨암소 복제소인 ‘흑우순이’를 출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수정란을 영하 196도에서 15분 만에 초급속 냉동시키는 신기술과 초간편 해동기술이 접목됐다. 이 기술이 없었다면 전자현미경으로 생존한 수정란을 골라내는 번거로움과 함께 착상 조건에 맞는 대리모(씨암소)를 찾는 게 더 시급한 일이었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본원과 서울 부설연구소에 설치된 전자현미경은 고가의 첨단 장비다. 난자의 핵을 제거해 세포를 주입하는 기술과 연구원들의 실력은 국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앞서 제주대는 2006년 9월 박 교수를 생명자원과학대학에 부교수로 임명해 복제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2년 뒤 엘리트 한우 증식에 성공한 바 있다. 이어 2011년엔 세계 최초로 복제수정란 초급속 냉ㆍ해동 기술을 개발, 흑우 씨암소를 17년 만에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멸종위기에 놓인 흑우의 부활은 관련 산업으로 파생돼 진보ㆍ진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법과 제도의 규제로 ‘산업화’는 일궈내지 못했다. 복제 흑소 1마리 생산에 최대 400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연구와 개체 보존 외에는 활용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200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복제된 가축이 식품으로 사용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뒤이어 유럽연합과 일본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산업으로 육성되지 못하면 쓸모가 없게 된다. 박 교수는 “제주흑우 복원은 GMO(유전자변형농산물)처럼 유전자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조작과 변형 없이 소의 유전형질을 100% 그대로 물려준 것”이라며 “복제소 1호인 흑영돌이와 축산진흥원에 있었던 그의 아버지 소를 보면 똑같은 모습에 놀랄 것”이라고 전했다. 일제의 수탈과 근친 교배로 사라졌던 제주흑우를 살려놨더니, 법과 제도는 더 이상 흑우 생산과 소비를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미국과 일본의 선진 사례에 대해 정부는 왜 외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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