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선을 타고 안방까지 침입하는 제 2의 세상이 있다. 드라마. 드라마는 정의를 내리기가 힘들다. 시청자들도, 제작자들도 모두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인 관계로 그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 시대에만 특별히 나타났던 드라마 양식에 의거해 드라마를 규정한다면 그것은 본질적인 드라마 이해에 방해가 된다. 드라마의 본질을 그 명칭에서부터 집어내는 방법은 있다. “한 편의 드라마 같다”라는 말은 그 방법을 구체화시킬 수 있겠다.

   드라마의 요소들 

  드라마의 요소는 대표적으로 플롯(구성), 성격 및 인물, 사고, 대사, 음악, 장관(배경)을 꼽을 수 있다. 이 모두는 일반적인 드라마에 적용될 수 있다.

  드라마는 복수의 행동으로 채워져 있다. 행동은 플롯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 때 전면에 나타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사회적·의사소통적 행동이다. 그러나 한 인물이 짧은 시간 동안 하는 행동보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행동의 연속과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참여하게 되는 행동의 연속을 의미한다.

  드라마의 행동들을 양적으로 구분하면, 정상적·순간적 행동과 누적(累積) 행동으로 가름할 수 있다. 그러나 양적 구분보다 행동에 있어서의 질적 차이가 더 흥미롭다. 행동은 억지도 있을 수 있으며 거짓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상호 연결된 구성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텍스트는 공간적으로 병렬된 것을 설명하는 기술적 텍스트나 에세이나 서정시 등 사념·연상의 텍스트와 구분된다. 그러나 서사 문학 텍스트와는 구분이 안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사시가 드라마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서사 문학과 드라마는 그 대상이 동일하며 양자간 형식의 변형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미 18세기에 요한 야콤 엥겔은 이 두 장르가 한 영역에 속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찌됐든 드라마와 서사 문학을 분간하기 위해서는 추가 규정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6요소 중 하나인 대사이다. 일상에서 통상 말과 행동은 그 의미가 정반대인 것처럼 말한다. 일상적인 의미의 행동 말고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행동 속에는 말 동작도 포함된다. 현대 언어학은 행동이 말 동작을 분명하게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말 행위가 드라마와 서사 문학을 구분하는 기준으로서 충분치 않다.화법 기준으로 볼 때 드라마의 제 1요소는 형상인물들 사이의 대사이다. 독백이나 모노드라마도 포함해서 말이다.

  드라마는 대개 문자로 쓰인 텍스트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진정한 의미는 무대 위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드라마는 행동을 보여준다. 이 때 드라마에 이용되는 수단이 대사이고 무대 공연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정의이다.

  그러나 이 정의는 상당한 보완을 필요로 한다. 드라마의 놀이 측면 때문이다. 그냥 놀이가 아닌 배역이 있는 역할 놀이인 셈이다. 배역을 맡은 배우는 자신을 감추고 대신 자기와 상관없는 인물을 연기해 나간다. 배우는 이 인물에게 자신의 육체, 목소리, 의식까지 빌려준다.

  드라마 놀이에 대해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통상 배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배우만 배역을 맡는 건 아니다. 사회적 행동방식에 나타나는 배역성이나 거짓배역을 통한 속임수를 논외로 하더라도, 어린아이들이 어른들을 흉내내어 하는 놀이도 벌써 역할 놀이의 특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어린애들의 역할놀이는 다른 놀이들처럼 자유로운 충동에서 비롯되는 즉흥 놀이이다. 이런 놀이의 끝은 미리 정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는 ‘보는 놀이’만큼은 자유가 없다.

  드라마의 제목과 종류

  드라마 제목은 사전제시로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해야 한다. 제목은 선전 기능을 갖는다. 특히 수수께끼 같은 말장난에서 이런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잘 알려진 이름을 제목에 결부시키거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제목도 그 선전 기능을 뚜렷이 드러낸다.

  제목에서 드라마 종류를 추측할 수 있는데 비극은 주로 주인공 이름을 제목으로 삼는다. 작품이 쓰인 시기도 제목에 영향을 끼치는데 한 예로 바로크 시대의 드라마는 이색적인 이중 제목을 달고 있다. 드라마 제목 외에 부제목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부제목은 드라마 종류를 보다 분명하게 밝히는 데 흔히 이용된다.

  무대공연 양상은 비극과 희극의 사이를 오고 간다. 드라마 역사상 가장 중요한 비극과 희극의 구분 기준은 등장인물의 신분이다. 중세와 근대 사회에서 의상에 의해 계층이 엄격히 구분되었는데 드라마 장르는 이런 사고 속에서 신분 기준과 쉽게 연결됐다. 그래서 신분 기준과 결말 기준이 어우러져 드라마는 신분 높은 인물의 불행과 신분 낮은 인물의 행복을 그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드라마 사건파악

  관객은 드라마가 처음 시작이 되었을 때 사건의 흐름(행동)에 대해서 아는 바가 등장인물보다 적다. 그러나 발단을 거치면서 이런 미지 상태를 벗어나게 되고 다음 이어질 사건에 대한 사전준비를 하게 된다. 다음 편이 시작될 때부터 관객은 사건흐름을 점차적으로 깊고 넓게 파악하게 된다. 관객은 모든 등장을 직접 목격하게 되지만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이 직접 참여해 목격한 등장에 대한 것밖에는 아는 것이 없다. 사전 암시만 해도 등장인물들은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며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그 완전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

  등장인물들은 사건 흐름 파악에 있어 관객과 차이가 나며 자기들끼리도 차이가 있다. 인물들이 모두 똑같은 것을 보거나 듣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이 오해는 인식의 차이를 증폭시킨다.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가 흥행하는 요즘은 사건의 흐름에 있어 관객의 최종 판단까지도 들을 수 있다. 흔히 말해 ‘결론이 보이는’ 드라마이기 때문이지만 이 역시 사전 암시를 통한 것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을 만든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드라마가 잡다한 의미요소의 무질서한 복합체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이 여러 요소들과 질서들이 체계적으로 구성돼 완벽한 ‘제 2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때문에 현실에게 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드라마가 고상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드라마가 꾀한 바보상자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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