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사람들의 마음은 기대와 희망으로 들뜨기 마련이다. 들뜬 마음을 추스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이들에게 앞으로 펼쳐질 많은 상황들은 흥분되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는 ‘미래’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 섞인 호기심은 ‘점’이라는 관습을 낳았고, 오랜 시간동안 이어져 왔다.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서 한해 동안 점치는 데 사용된 비용은 무려 1조 3천억원 가량이며, 현재 활동중인 무속인과 역술인의 수도 35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며 한 해의 운세를 살피거나 점집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배로 증가한다. 2002년 임오년, 여전히 사람들은 ‘나의 앞날’을 조금이라도 엿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컴퓨터가 필수품이 된 요즘은 사이버 시대라는 말에 걸맞게 인터넷상의 운세 사이트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운세 관련 사이트의 하루 접속 건수는 5만 여건을 넘기고 있다. 사이트마다 토정비결, 사주풀이, 궁합, 작명 등의 서비스가 유·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이름과 출생일시만 입력하면 일일과 월별, 평생운세 등 시기별 운세를 비롯해 건강운, 직장운, 시험운, 투자운, 애정운 등 다양한 운세풀이를 손쉽게 볼 수 있다. 또 역술인과의 1:1 상담이 실시간 운영돼 눈길을 끄는가 하면 고학력, 전문화를 내세우는 ‘기업형 점집’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운세 사이트 및 서비스는 젊은층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젊은이들은 운세나 점을 보는 이유로 ‘재미’를 우선 꼽는다. 이들에게 운세풀이는 새겨듣고 명심해야 할 절대적인 행동지침이 아니다. 가볍게 보고 유쾌하게 즐기는 도구에 가깝다. 풀이 내용을 살피되 그것에 단순히 의지하지 않는다. 미래는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그려지는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다. 다만 현재가 아닌, 다가올 시간에 대한 조바심과 기대감을 짧은 순간이나마 맛보고 싶을 뿐이다. 김규리(사회과학 2) 학우는 “재미삼아 종종 인터넷 운세를 본다”며 “가볍게 읽고 넘어가긴 하지만, 안 좋은 내용을 보게 되면 괜히 찜찜하고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다.

  이러한 젊은층의 심리를 겨냥해 서비스로 손님들에게 점을 봐주는 술집, 까페도 생겨났다. 몇몇 곳에서는 20∼30대의 젊은 도사(?)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은 기본적인 사주풀이에 심리 분석까지 덧붙여 젊은이들의 호응도가 높다. 오히려 그들에게 점을 보기 위해 그 술집과 까페를 찾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이다.

  젊은이들의 점문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핸드폰 액정화면에 부적 디자인을 넣거나 부적 무늬의 핸드폰 줄을 악세서리로 이용하는 젊은이들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또 생년월일의 교차점을 계산해 나온 숫자에 해당하는 동물을 통해 자신의 성격과 그에 적합한 직업을 볼 수 있는 캐러나비 동물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래는 현재가 되고, 이내 과거가 된다. 사람들에게 미래는 늘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라는 매 순간은 미래의 밑거름이 되고, 미래에 대한 기대는 현재 안에서 희망의 싹이 된다.

  미래를 살짝 훔쳐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미래가 엿보고 싶고, 잠시라도 만져보고 싶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래가 바로 자기 안에서 바래지 않는 꿈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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