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연극을 보고 있노라면 순간 순간 몸 안 깊숙이 흘러드는 전율에 몸이 움츠러들곤 한다. 연극의 매력은 바로 여기 있는 게 아닐까. 제주 연극무대를 꿋꿋이 지켜온 파수꾼, 고동원. 그를 만나 따뜻한 연극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극을 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때 처음 연극을 봤는데, ‘연극이 이런 맛이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 때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좋은 물감을 사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무대에 바로 오르지는 않았다. 학교 졸업 후 10년 동안 공장에서 기술 배우면서 일했는데 결국 돈은 안 모아졌다.(웃음)

  미련을 못 버려 ’91년 서른이 돼서야 무대에 올랐다. 물론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연극 주변에는 늘 있었다. 내게 어쩔 수 없는 배우의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늦게 시작한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이득이 됐다. 관객의 시선으로 많은 작품들을 보고 무대에 올라온 덕에 나의 울타리에 얽매이거나 자기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나에게 연극이란.
  연극은 나에게 물이다. 연극을 통해서 매일매일 자극 받고 싶고, 자라고 싶다.

  -그 동안 중앙여고, 영지학교, 아라중 등 많은 학교에서 청소년 연극지도를 해왔는데..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 중의 하나이다.

  우선 현교육의 불합리가 싫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고, 나아가 이러한 활동이 청소년 연극의 받침, 기조가 되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계속 아이들을 가르칠 생각이다.

   -제주 연극문화의 현상황과 문제점은.
  침체되어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연극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극은 생활 보장이 안돼 대부분의 연극인들이 다른 직장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작품이 많이 올려지지 않는 것은 결국 재정난과 배우난 때문이다.

  소극장 축제와 같은 행사를 계기로 제주 연극문화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제주 연극이 나아가야 할 방향.
  “지방이라 환경이 열악하다”, “열악해서 못합니다”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열악한 상황은 당연한 것이다. 제주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을 비롯해 문화의 중심지라는 서울에서도 연극인들이 힘든 것은 매한가지다.

  작업은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예전보다 치열하게 무장해서 작업의 토대를 마련하고, 치밀하게 작업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연의 흥행성만을 따지기보다는 작품이 잘 만들어졌는지를 따져야 한다. 현재 관객들은 공연장보다 극장을 선호한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이 연극보다는 영화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이 만들어져야 관객들도 공연장을 찾게 될 것이다.

  -앞으로 연극에 담고 싶은 것은.
  연극은 계속 공부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내게 없는 것에 대해 조급해하고 힘들어 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싶다. 내 생각들을 틀에 묶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것이다.

  자유를 향한 그의 웃음은 마치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밝고 선명하게 다가왔다.

  무대 위에서 그의 자유로운 몸짓을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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