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난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이러한 관계의 흐름 속에서 우리들은 부유한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만들어 가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관계라는 연결고리는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관계를 낳는가 하면, 내 의지와는 다르게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얽혀버리곤 한다. 관계 안에 놓여 있는 우리들은 희·노·애·락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을 경쾌하고 솔직 담백하게 그려낸 연극, 「토끼와 포수」(김광흡 연출, 박조열 작)가 지난 1일과 2일 양일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됐다.
  극??라?의 제24회 정기 공연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화가인 장운과 인형 제작가인 혜옥, 그리고 그녀의 외동딸 미영과 그의 애인 기호라는 네 인물을 축으로 전개된다. 고집스럽고 깐깐한 혜옥과 두둑한 배짱에 유들거리기까지 한 장운, 발랄하고 적극적인 미영과 어눌함이 어색하지 않은 기호. 이들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서로의 방식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상대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해 돌아선다. 그래서 이들이 함께 있으면 집안을 늘 시끌시끌하다.
 그러나 이 두 커플이 요란스러운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서로를 향해 열려있는 마음 때문이다. 혜옥은 앓아 누운 장운을 위해 복순에게 토마토 주스와 파인애플을 사다 먹으라고 돈을 쥐어주고, 장운은 기호의 아버지에게 자신을 미영의 아버지라 소개한다. 거기에 어설픈 포옹으로 겸연쩍어하는 미영과 기호의 모습까지 더해지면 관객들의 미소는 유쾌한 웃음으로 번진다. 어긋날 것 같지만 한 걸음 다가서 있고, 무모하고 어설프지만 서로를 보듬어주는 그들. 그들의 사랑은 경쾌하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에 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장운이 혜옥을 안고 빙그르르 도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 경쾌한 리듬의 왈츠를 한 곡 듣고 난 듯 하다.
  이 작품을 연출한 김광흡씨는 “사회가 현대화 되어갈수록 개인주의가 만연해 안타깝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해하지 않고, 감정을 앞세운 결혼 생활은 행복할 수 없다”며 “이 연극이 이런 현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계, 그 안에서 시작되는 서툰 사랑의 몸짓.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내내 입 안에서 달콤한 솜사탕이 녹고 있는 것 같았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