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난날의 장미는 없고 존재하는 것은 그 이름 뿐’ 움베로트 에코는 말한다. 빨간 꽃잎과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전해주던 메신저를 담당하던 장미는 사라져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사랑의 이미지로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든 장미를 자신의 기억하고 있는 장미로 치환해 각 개인의 이미지로 장미를 대신한다.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고 각 개인에 의해 치환된 장미는 사랑의 메신저가 아닌 증오의 메신저로 인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전두환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전사모)이 결성되어 그 회원이 증가하는 등 전두환이란 인물이 이슈화 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전사모는 말 그대로 전두환을 옹호하며 그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유도하고 있다. 실제 전사모의 게시판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이 전두환에 대한 옹호 게시물이며, 당시 전두환은 ‘진정한 사나이’ 또는 ‘난세의 영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모방송국 TV 드라마 ‘제5공화국’ 방영 이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TV드라마 ‘제5공화국’은 첫 방송부터 상당한 시청률을 보이며 시청률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드라마는 80년 12·12사태부터 87년 6·29 선언까지 최근의 현대사를 다룬 것으로 당시의 인물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드라마를 더욱 부각 시키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5공화국 시절을 다룬 것보다는 전두환에 대한 미화적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한 역사는 역사 중심인물이 사망 후 각종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실질적 평가가 이뤄진다. 이는 역사적 평가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면에서 생각 할 때 ‘제5공화국’은 역사적 평가가 완전히 이뤄지지도 않은 현대사를 성급하게 평가 및 이미지화한 것이 아닐까? 또한 드라마 특성상 극적 연출을 위한 허구는 사실과의 모호성을 야기해 현대사 인식에 대한 혼란만을 가져온다.

  현대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현 10대와 20대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 누구나 생각한다. 이에 대해 우리가 인식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매체이다.

  ‘전사모’와 ‘제5공화국’, 이는 TV매체와 인터넷 매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TV매체와 인터넷 매체의 최대 사용자는 10대와 20대라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한다. 이들 10대와 20대들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판단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 세대들의 지적 사고의 깊이가 깊지 않으며, 당시의 상황에 대한 지식적 한계 그리고 이미지와 감각이 부각되는 세대적 특징 때문이다.

  ‘국가 원수란 무엇인가’, ‘ 역사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전두환에 대해 미화되어가는 모습은 5·18 영령과 유족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요구했던 투사들의 대성통곡은 자명한 모습이다.

  인간은 각 개인의 지식을 바탕으로 어떠한 사건이나 역사에 대해 평가 및 판단을 내린다. 에코의 말처럼 지난 전두환의 과거의 잘못은 사라지고 존재하는 것은 미디어 매체에 의해 미화된 이미지뿐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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