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대층의 호응이 좋은 한 TV프로그램을 보면 다음과 같은 장면이 있다.

  글러브를 낀 학생이 누군가를 지목한다. “야, 너 나와” 이어 상대방이 등장하고, 둘은 링 위에 올라 펀치대신 말을 주고받는다. 일전에 상대방의 이해하기 힘들었던 행동에 대해 “왜 그랬냐”고 당당히, 혹은 바락바락 속풀이 하는 것인데. 비록 지나간 일이나 그에 대한 할 말은 아직 남아있으니 감정처리는 깔끔하게 해야 되지 않겠냐는 취지다.

  고등학교를 순회하는 이 프로그램, 혹시 대학순회는 가능런는지. 방학 중 어느 학과의 폐과논란 이후 뒤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에 생각해 봄이다.

  학교당국의 무성의한 절차를 거쳐 폐과조치될 뻔 했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살아난 상업교육학과의 현재 분위기는 ‘묘’하다. 폐과논란이 이는 동안 상업교육학과의 두 명의 교수와 학생들 간에 좋지 못한 언쟁이 오갔던 터라 아무 일도 없던 양 수업을 하기가 어색해져 버린 것이다.

  그러게 평소에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진행했으면 서로 감정 상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일이 한참 진행되고 난 후에 마련된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시종일관 ‘곤란하다’, ‘학내 구조조정이 시급하므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을 같이 고수해 온 학교측 때문에 학교와 입장을 같이한 교수와 학생 간의 사이는 소원해져가고, 학교측은 고심 끝에 폐과조치를 철회하였으나 이미 금 간 믿음, 되돌리기가 쉬울 리 없다. 학교 측에서 벌인 일이니 관계 회복에도 좀 신경을 써야 할 것을 젓가락으로 휘휘 헤집어놓고 안 먹겠단 심보가 아닌가.

  학내 구조조정은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며 가깝게는 학생들의 취업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 졸업생 취업률은 교직원들에겐 일터의 중요한 사안이지만 학생들에겐 본인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기에 누구보다 귀를 세우고 동정을 살피는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매우 소박하다. 과감한 개혁과 투자도 좋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이뤄지길 바라는 것뿐이다. 대학은 이제 그만 소곤대고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우리 서로 속시원히 하고픈 이야기가 참 많지 않은가. 등록금 협상 때 학교측은 높은 인상안을 제시하고 선심 쓰듯 몇% 인하할 때마다 ‘마진 없다’는 옷가게 언니가 떠오른다던가, 취업률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공부 지지리도 안하는 학생들 때문에 암담하다던지, 동남아 순회하는 아라호에 교직원은 태우고 왜 학생은 안 태우나, 그 많은 기성회비가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해 속시원히 밝히라던 학생회 임원들이 어떻게 방학 중 학교 지원으로 해외에 나가냐는지, 교직원 불친절하다, 예의 상실한 학생은 적은 줄 아냐, 모 누리사업단이 퇴출된 비하인드 스토리는? 기타 등등.

  KBS 모 프로그램 팀은 제주대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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