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제교류회관에서 거행된 명예박사 수여식에서 필자의 관심을 끈 분은 김지하 시인이었다.

  민족시인으로 존경을 받아온 김지하 시인을 필자가 처음 대하게 된 것은 지난 60년대말 서울의 모대학 신입생으로 참석한 교양강좌에서였다.

  그 때 김시인은 새내기들인 우리들에게 「분단시대의 의미」를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45년 일제로부터 해방과 더불어 외세에 의해 강요된 국토분단이 48년 정부분단으로 이어 추진된 남북 양정부의 배타적 통일정책은 50년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으로 이어져 「제로-섬게임」을 하는 적대적 분단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남과 북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철새만이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현실은 남한에 사는 우리들로 하여금 북녘 땅과 그곳에 사는 우리 동포는 우리 땅도 우리 같은 민족이 아님은 물론이고 저 넓은 북방대륙으로의 진출도 막혀버린 장벽이 <분단>이라는 현실이라는 것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휴전선 건너에 대한 꿈의 나래도 펼 수 없는 「냉전의 섬」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뜻에서 그는 일제시대에는 비록 나라를 빼앗긴 상태였지만 「한라에서 백두까지」내 강산이었고 중국과 러시아를 미래의 은지를 펼쳐나갈 수 있는 대륙이라는 적어도 꿈의 세계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현실이지만 반드시 허물어질 장벽이기에 분단의 벽 너머의 우리 동포와 땅 그리고 대륙을 향한 진취적 정신을 가질 것을 강조하였다.

  38년이 지난 오늘의 남북한 현실은 어떠하고 북방대륙은 우리에게 어떤 대상인가?

  2000년 6월 남북한의 정상이 분단사상 최초로 서로 만나 「대결의 시대」를 뒤로 하고 「화해·협력의 시대」를 열자고 세계에 고(告)한 이후 남북한 관계는 질적 전환의 시대를 열어 왔다.

  분단의 최대 비극인 <4·3>의 아픔을 화해와 상생으로 치유해 온 제주인들은 이미 90년 초부터 제주도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가져오는데 기여하는 「평화의 섬」만들기에 나섰고, 지난 98년 겨울부터 경제난에 힘들어하는 북녘 동포들에게 사랑의 감귤을 무상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IMF체제라는 우리의 경제현실이 어려운 시점인 98년 100톤의 감귤을 보내면서 시작된 이 운동은 일본조총련에서 보내온 묘목을 농업연구소 실험실에서 연구용으로 재배할 뿐인 북한으로서는 대환영을 나타냈고 제주도민들에게 큰 보람이 되었다.

  이렇듯 제주도민들의 인도적 차원에서의 북한동포돕기운동은 식량위기로 고통을 받는 북한동포를 돕는 동시에 남북화해 무드를 조성하며 평화의 남북한 시대를 열어가는데 일조하기에 충분했다.

  이를 외신들은 「비타민 C 외교」로 표현하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북한 당국도 이에 화답하듯 2000년 「6·15선언」이후 개최된 제3차 남북장관급회담과 최초의 남북국방장관회담의 제주 개최를 받아들여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의 거점으로 제주도의 가능성이 부각되게 되었다.

  또한 북한은 해마다 12월에서 1월 사이에 제주항에서 북한 남포항으로 직접 지원되는 제주도민의 감귤보내기운동 관련 도내기관, 단체 및 개인을 평양으로 초청하면서 2002년부터 2003년에 걸쳐 750여명의 제주도민 대표단이 제주공항에서 평양순안공항으로의 직항을 통해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2003년 10월에는 분단사상 최초의 「남북민족평화축전」이라는 민간체육문화행사가 제주에서 열려 북한대표단 200여명이 평양에서 고려민항기를 이용 제주에 도착하여 제주도민의 뜨거운 환영을 받기도 했다.

  최근 정부는 화해·협력시대에 걸맞게 북한의 서해 항구에서 출발한 선박이 제주해협을 통과하여 동해의 항구로 갈 수 있도록 제주해협을 개방하기도 했다.

  이렇듯 제주와 북한 사이에는 하늘 길도 뱃길도 열려 이 열려진 길로 교류와 협력의 대행진이 이루어 질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2005년 1년동안 남북한의 왕래는 8만명을 넘어 금년에는 10만명을 넘을거라는 전망이고, 상호 무역도 10억불을 예상할 정도다.

  이렇듯 <교류 10만명>, <무역 10억불>의 시대를 만난 남북한관계는 작은 통일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서 보듯이 <6·15시대를>를 꽃피우고 있고 <통일시대>로 한 발자욱씩 다가가고 있다.

  닫혀진 북방이 서서히 열리는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제주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기 위해 제대인들의 진취적이고도 전향적인 자세와 준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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