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페라(Pop+Opera : 팝과 오페라를 믹스한 음악) 가수 임형주를 아는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선창하며 전국적으로 그의 재능이 알려졌다.
그는 현재 음악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미국 줄리어드 음대란 질좋은 ‘토양’에서 음악적 욕구를 마음껏 분출하고 있다. 그에 따르는 음악적 역량과 발전속도 또한 남다르다.
이런 임형주가 ’98년 당시 국내에서 음반을 출시한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 나이로 13세 때다. 기자의 기억으론 그가 음반을 출시하고, 모 방송사 쇼프로그램에서 어정쩡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기억한다. 진행자와 초대손님간에 이어진 농담과 웃음을 조장한 프로그램 내용으로 그의 재능은 자연스레 묻혀버려 프로그램에서 그의 존재는 부각되지 않았다.
반면 임형주가 데뷔한지 1년 후 기획사 힘을 등에 업고 나타난 13세 쌍둥이 ‘량현량하’는 각종 쇼프로그램에서 현란한 춤솜씨로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지금 량현량하는 영화 ‘YMCA 야구단’에서 조연으로 나왔을뿐, 별다른 활동이 없어 팬들 기억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임형주와 량현량하는 한국 음반시장이란 똑같은 토양에서 자랐으나 현재 결과는 다르다. 임형주 사례는 한국 음반시장이 얼마나 단순한지 보여준다. 우리나라 음악시장은 음반 완성도에 비해 대중 만족을 우선하고 있어 다양하고 실험적인 음악창출은 요원하다. 눈앞에 보인 수익에 급급해서인지 국내 음악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떡잎을 키우지 못해 결국 미국에서 새싹이 거목으로 자라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지켜볼 뿐이다. 그의 올해 팝페라 음반은 우리나라 클래식 음반 판매순위 1위를 석권했다.
아무리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더라도 꽃피울 토양을 마련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학문탐구와 지성인을 양성, 국가발전 초석을 마련하는 기능을 가진 대학이 다양한 학문을 키워낼 토양을 마련하지 못하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올해 수강신청 결과를 본다면 대학 기능수행에 우려를 표시할 수 밖에 없다. 취업난에 편승해 학우들이 취업과목에 대부분 쏠려 기초학문이 펼쳐질 여지는 줄어들었다. 여기에 졸업인증제가 정착해 학우들이 졸업해당 학문에 관심을 쏟아, 대학이 풍부한 학문을 양성하는 질 좋은 토양만들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정부의 교육개방 정책발표와 맞물려 사교육비 인상 및 공교육 파괴 우려 목소리까지 들린다. 국제자유도시를 시행하는 제주도로서 교육개방 대상 1순위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여기에 우리대학이 과연 해외대학과 맞붙을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모 신문사와 인터뷰에서 교육개방 정책에 국내 교육시장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대외 협상과정에서 조건 하나하나에 대해 국내법을 내세워 버티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국내 대학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 육성방안을 달리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 중이며 경쟁력이 없는 부실한 대학에 대해서는 스스로 퇴출을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해 대학 구조조정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
얼마나 우리대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얼마나 기름진 학문양성 토양을 갖고 있느냐다. 개방이란 파고 앞에서 대학은 고유 정체성을 찾고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제주도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을 주도할 두뇌집단을 양성하는 대학이 한낱 취업양성 기구로 전락할 것인가.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국가 향후 백년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하고 신성한 것이다. 스스로 토양을 파괴할 순 없다. 국내에서 충분히 성장가능한 재목을 타국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마냥 눈물을 머금으며 바라볼 것인가.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