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올 상반기 중에 회복되기 어렵고 연간 경제성장률도 3∼4 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감귤가격의 연이은 폭락으로 지역 경제 사정도 심각하게 위축돼 있다.
그래서인지 취업을 앞둔 학생들의 표정이 어둡다. 여기에 ‘지방대학’이라는 이중고는 학생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거시경제 분야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허찬국(경영 80졸·사진) 동문을 만났다. 70년대 대학시절을 보내고 20여년의 미국 유학생활 끝에 현재 한국 경제 최일선에서 정책을 조율하는 그의 얘기가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편집자주>

▲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해 장단기적인 분석과 정책을 제시합니다. 지금은 분기별 경제 전망 보고서와 대선 이 후의 경제 관련 장기비전 보고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 정부가 올 경제성장률을 3∼4 퍼센트 수준으로 전망했는데요. 학생들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작년이 6 퍼센트 정도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경제성장률이 1 퍼센트 떨어질 때마다 약 6만 5천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보면 되니까요. 외환위기 이후 특히 인건비에 대한 기업들의 민감도가 굉장히 높아졌는데 그런 상황에서 경기까지 나빠지고, 학생들이 체감하게될 취업난은 훨씬 심각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 대학 생활 얘기 좀 해주세요. 그때는 용담동에 캠퍼스가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솔직히 그때는 학과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학교앞에 가게가 많았는데, 술도 잘 못 마시면서 대낮부터 막걸리 먹고 수업 들어가고 그랬어요. 그러니 대학생활 성실하게 할 수 있었겠어요?”

“그래도 무슨 이유에선지 영어공부는 열심히 했습니다. 시사잡지를 주로 읽었어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궁금했거든요.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으니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책을 사서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3년 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니까 후에 유학가서도 그 곳 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꾸준히 준비한 영어, 유학 생활의 큰 밑거름>

▲ 졸업 후에 미국유학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2년정도 은행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적성에 잘 맞지 않더라구요. 그때 만약 직장 생활 잘 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을 수도 있었겠죠. 조금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는데, 현실은 너무 고리타분했습니다. 대학때부터 꾸준히 해왔던 어학공부가 미국행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 미국 생활은 어떠셨습니까. 20여년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긴장 많이 했죠. 특별히 해왔던 공부도 아니고, 직장에서 파견나온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도박이었죠”

“학위 마치고 2000년 5월까지 미연방지급준비은행(FRB)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했습니다. 공부한 사람이 다니기에는 괜찮은 직장이었어요.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노력한 만큼 인정받는 사회였습니다”

<‘난 촌놈이다’ … 중요한 건 자기 전문성>

▲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 같은 건 없으셨습니까? 출신학교가 그 사람의 모든 평가기준이 되곤 하는데요.
“사실, 막말로 촌놈아니겠어요. 차라리 ‘난 촌놈이다' 인정하는 게 편한 거 같아요. 뭐 그다지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겠지만, ‘네임 밸류(name value)'에 연연하기보다는 자기만의 전문성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사회도 그렇게 변하잖아요. ‘난 지방대학 출신이니까' 하는 부담이 있으면 오히려 주눅들고 능력발휘 못해요”

“궁극적으로는 실력입니다. 경쟁이 더 심해지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간판보다는 경쟁력, 전문성이죠. 사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부담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람, 자기만의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인정받습니다. 너무 코앞의 상황에 집착하지 마세요.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잖아요.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장기전이예요”
▲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시절에 많은 준비를 해야할 것 같은데요.
“흔한 얘기 같겠지만, 대학 4년은 어떤 일을 하든간에 상당히 귀중한 시간입니다. 기본적으로 보호된 시간 아닙니까. 뭐든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제주대학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뚜렷한 경쟁상대가 없어서 나태해지기 쉬울 겁니다. 그럴수록 각종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고 시야를 넓혀야 해요. 항상 바쁘게 무언가 하고 있었야 됩니다”

“자격증 준비하는 것도 전략이겠죠. 그러나 그 것 하나에 매몰되서는 곤란합니다. 요즘 학생들 CPA 많이 준비한다던데 그 거 하나 취득한다고 다 되는게 아니거든요. 사회는 그밖에도 많은 지식과 경험들을 요구합니다”

“인생 전체를 볼 때, 대학 시절은 사회적으로 보호된, 여유있는 시간입니다. 체력도 중요하고, 전문지식과 언어능력을 쌓아야 해요. 뭐 하나 소홀할 게 없네요. 자기 자신만의 가치관과 인생관도 형성해야 하구요. 뭐, 어정쩡하게 살지 말라 이거죠. 대학 다닐 때 저 자신이 삶에 좀 더 충실했으면 하는 후회가 절실히 느껴져서 후배들에게 많은 걸 요구하나 봅니다” 고성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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