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월드컵 경기장은 ‘실패'라고 단언한다. 제주 월드컵 경기장은 지난해 월드컵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으로 칭송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수익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운용자체가 힘들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태풍 피해 로 훼손된 월드컵경기장 지붕 보수비용을 42억원으로 추정하고 비용을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청구했다. 하지만 설계작업이 진행되면서 복구비용은 당초 예상금액의 갑절을 웃도는 1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정부담은 도민이 고스란히 떠안을게 틀림없다. 그동안 경기장 활용방안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해 부채를 더욱 키워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주 월드컵 경기장은 지금까지 390억원의 부채를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축구경기장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축구에 대한 인식이 바탕돼야 한다. 프로팀 하나 없을뿐더러 도내 축구영재들을 키울 체계조차 부진한 제주도다. '월드컵'이란 시기적 호재는 경기장에 사람들을 불러 모았으나, 끝난 후에는 4만명 이상을 수용할 팬들을 모으기엔 역부족이다. 도민이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운용할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제주도민은 소위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광적인 축구팬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도내에 축구 유소년클럽이나 학원 스포츠가 활성화할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냉정히 본다면 제주도에서 축구에 대한 토양은 척박하기 이를데 없다.
차라리 파주나 남해처럼 전지훈련장을 조성했다면 어땠을까? 기후나 환경면에서 파주에 뒤떨어질게 없는 제주도다. 전지훈련장은 대표팀이 지속적으로 사용하기에 운용면에서 장기적인 효율성을 지닌다. 또 도내 축구 선수들이 충분히 활용 가능해 축구영재 육성이나 제주도 축구발전, 축구저변 확대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월드컵 경기장을 일례로 든 것이지만 앞으로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도내 실정을 냉정히 평가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최근 도에?의욕적으로 시행하는 ‘영상산업 육성' 또한 취지와 기대 효과면에서는 가치있는 사업이다. 좀더 신중하고 장기적 발전관점에서 본다면 영상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과연 도내 영상산업 실태가 어떤지 생각해야 한다.
영상산업이 갖는 취약성이라면 효과가 단기적이라는 것이다. 드라마 ‘올인'이 폭발적인 인기로 섭지코지가 인기를 얻었지만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드라마 인기가 영원하진 않기 때문이다.
흥행한 영상물로 이미지가 ‘떴다'하면 기존 이미지가 ‘사라질' 수도 있다. 제주도 이미지가 본의와 달리 영상물에 ‘재해석’돼 잘못된 이미지가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
시기가 좋다고 산업만을 늘어놓을 게 아니다. 제주도가 영상산업 핵심지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역 영상산업부터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내 영상산업을 발전시킬 영재육성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하고, 도내 영상산업 발전에 자극을 줄 촉매제가 필요하다. 제주도가 역사와 전통은 무시된 채 영상 이미지로만 구축될 위험성도 있다. 결국 영상산업은 제주도가 주도해야 제주도를 위한 이미지 구축과 그에 따르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도내 영상산업 토대구축은 제주도가 영상산업 핵심지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 촬영지에 세트만 세워두고 관광객을 유도하는 것은 결코 영상산업 발전이 아니다. 당장 효과에 기댄 단기적 정책보다 지속 발전 가능한 토대를 마련하는게 우선 순위다.
‘환상의 섬 제주'보다 ‘현실의 섬 제주'를 먼저 고려하는게 순서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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