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록보존소장에 임명되셨는데요. 축하드립니다. 간략하게나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국가 기록물들을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고 이를 국가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안전하게 보존해 훌륭한 정보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항일독립운동 관련 자료, 그 중에서도 독립운동 인사들의 수형 사실을 기록한 재판기록 자료를 발굴하고 싶은데요, 제주사를 연구하시는 분들에게 기초 자료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부기록보존소의 발전방향에 대한 구상을 듣고 싶습니다.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국가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종이 문서 형식에서 벗어나 거의 모든 자료를 스캐닝하고 마이크로필름화(M/F촬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산화 작업이 이뤄지면 자료 접근이 더 쉽고 편리해질 것입니다. 현재 백 오십 여명의 인력이 이 작업에 투입된 상태입니다”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기록물들을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존서고를 신축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또 국제기록보존협의회(ICA)와 동아시아기록보존협의회(EASTICA) 등과의 교류를 통해 저변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지난 3년여동안 제주4·3사건 처리지원단장직을 수행하셨는데요. '소신 있게 업무 추진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실 30여년 공직에 종사하면서 제주도개발특별법과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세계섬문화축제, 동아시아섬관광정책 포럼 등 여러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습니다만, 가장 기억이 남는 건 4·3입니다”

“관계부처 당사자들은 아직도 4·3에 대해 편향된 시각들을 많이 갖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보통 두 가지 사례로 접근을 했는데요, 하나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기본 임무일 것인데, 공식 희생자 1만4천28명 중 8백14명이 열 살도 채 안된 나이에 희생당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당시 남로당 부위원장이었던 조몽구의 가족들이 대살 당했는데, 4·3이 끝나고 난 뒤에 조몽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았다는 점입니다. 결국 아무 죄도 없는 가족들만 피해를 본 것인데,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거죠. 아직도 4·3에 대한 기본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게 현실입니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우리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중앙부처 관계자들의 인식이 그 정도라면 전략 구상을 신중히 하셔야 했겠습니다.
“우리들이 하는 일에 대해 도민들은 이해를 해주실 지 몰라도 중앙부처의 대다수 관계자들은 이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우선은 객관성과 공정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또 하나는 철저한 사실중심으로 진실에 접근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었습니다”

▲공직생활 하시면서 나름의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특별히 철학이라고까지 할 건 없습니다. 다만, 신규 채용된 공무원들 교육하면서 해 주는 얘기가 두 가지 있는데요. 제가 공무원 생활 초기에 있었던 일화들입니다”
“그 중 하나가 제가 스물일곱 살 때 화북 동사무소 사무장으로 있었던 일이었는데요. ‘무연분묘 이장사업’이라고 있었습니다. 임자 없는 묘소들을 이장하는 사업이었는데, 하루에 열기씩 총 칠백기의 유골을 수합하다 보니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서, 그때 한 일년 동안 자취방에 불을 켜고 잠을 잤습니다. 당시 원명사 주지스님께 부탁드려 공양미 두 가마니 올리고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위해 위령제를 지냈던 일을 얘기하면 글쎄요, 잘 믿지 않습니다”

▲ 신입생 유치, 졸업생 구직난, 대학재정 등 현재 대학이 처한 어려움이 적지 않습니다.
“제주대학은 우리 제주도민의 자존심입니다. 때문에 현재 대학이 처한 어려움은 결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죠.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이 동참해서 대학 발전을 위해 유기적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로 인해 현실적인 대학 재정문제도 해결하고, 지역의 특성화된 분야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집중 육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도민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직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실질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저는 9급 공무원부터 공직 생활을 해오면서 특별히 학연이나 지연, 혈연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자기 자신의 도전정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준비하는 자세,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는 놓치지 말고 추진하는 겁니다”

“현실이 다소 어렵다고 해서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거나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열심히 노력하여 조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돼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직생활을 하더라도 좀 더 넓은 곳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전 아직도 직원들에게 외국 가는 것과 교육받는 것은 적극적으로 격려합니다.
절대 주눅들지 마십시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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