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날씨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름 내내 뜨거웠던 공방전을 기억한다. 온라인 강의평가제 결과를 공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두고 ‘교수개인의 프라이버시'니, ‘교수들의 자극제'이니 하는 상충된 입장은 끊이지 않는 입방아를 찧게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그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이렇게 여러 말이 오고가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뒷전이었다는 씁쓸한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강의평가제의 본 취지는 강의에 대한 검증을 통해 피교육자였던 학생들이 강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좀 더 나은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초반에는 설문지를 통한 직접적인 방식이었으나 오래지 않아 온라인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는 학생들의 정확한 의견을 반영한 통계 데이터를 얻기 위함이었다. 그러면 과연 방식을 바꾼 현재의 온라인 강의평가제가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온라인 강의평가제는 학기 중에도 강의평가를 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아직도 일부의 학생들은 성적확인을 하기 전에 거쳐야 되는 절차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 학생들이 오로지 성적확인에 급급해 강의 평가 항목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평가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꼼꼼하게 평가를 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지만 일부의 학생이라도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가 정확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강의평가를 할 때 교수와의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서 공정한 평가를 했을지도 의문이다.
이와 함께 강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마련한 세부항목들도 지난해와 차별성이 없이 학생들의 출결상황 점검, 학습의 이해도 정도, 강의실 시설 등에 대해 너무 단순하게만 질문을 제시했던 것도 문제이다. 지난 공방전을 떠올려 보면 강의 현실에 맞지 않는 질문이 있다는 등 명목상에 그친 항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음을 기억할 수 있다.
또, 강의평가제 결과를 담당 교수에게 통보를 하고 다음 학기에 반영하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가 없어 답답한 현실이다. 교수의 강의방법에 대한 지적이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고치고 수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평가한 결과를 두고 교수의 강의방식이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다면 강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더 질 높은 강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강의평가제가 어떻게 다음 학기에 반영이 되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어쩌면 강의평가제에 대해서 공개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강의평가제의 취지를 잘 살려 진정으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부실한 평가항목과 이를 평가하는 학생들의 성의 없는 태도는 정작 올바른 평가결과를 제시해주지 못하며, 이를 공개하더라도 무용지물이다. 강의에 대한 평가는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것이 바탕이 돼야 학습의 더 나은 질을 확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평가 결과가 제대로 반영이 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여 질 높은 강의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선행돼야 한다.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기대수준과 방향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교수의 입맛 따라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강의가 많을 수 있다는 우려를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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