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과 단과대 분리 문제가 지난 2000년 이후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국 수의학과가 있는 10개 대학 중 유일하게 본과 단과대학이 없는 두 대학, 우리대학과 강원대학 수의학과 학우들이 지난 8월 14일 교육부에 본과 단과대 설립을 위한 진정서를 제출하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현경대 국회의원이 지난 8월 5일 교육부에 공식적으로 우리대학 수의과대학 설립을 요청하고 나섰다. 대학 내?외부에서 수의과대학 설립에 대한 요청이 거센 가운데 대학측은 자칫 이 문제가 대학내 심한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수의학과 측과 진지한 고민 속에 설립 여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물론 설립까지는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아무리 많은 이가 원한다고 해도 금방 설립에 ‘예'라는 대답이 교육부로부터 돌아오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대학측은 긍정적으로 또 적극적인 입장에서 설립에 진전을 보여줘야 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수의과대학 설립이 대학 내 건물 하나 달랑 들어서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농생대에 예속된 수의학과를 단과대학으로 만드는 일은 수의학과를 ‘특성화'하고 대학을 특성화하는 일이다.
단과대 설립요구는 지난 2000년 '98년 수의예과 신설 당시 입학한 학우들이 2년의 수의예 과정을 끝내고 4년 본과 진입을 눈앞에 두고 단과대가 없어 제대로 본과 교육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 스스로 설립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수의학과는 제주도가 전국적으로 청정지역으로 선포돼 축산관리에 전문인력 창출을 기대하고 신설됐다. 이런 조건하에서 독립 단과대가 없어 학우들이 질높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우리대학이 스스로 청정환경을 바탕으로 한 축산관리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특성화를 포기한 사례다.
최근 지방대가 ‘빈사상태'라는 극단적인 표현으로까지 비유되며 자발적으로 일어서서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상황에 부응해 각 지방대는 타 대학과 차별적인 전략으로 특성화를 꾀하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淪筠?마찬가지다. 해가 갈수록 신입생 유치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대학이 내세울 수 있는 특성화된 질높은 교육체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대학발전은 고사하고 지난 학기에 벌어졌던 신입생 미충원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라는 급격한 변화과정을 거치고 있다. 교육 자유화 바람으로 외국대학 유치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학간 경쟁에서 지난 50년간 유지했던 대학위치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대학이 대학 질을 높이는 뼈를깎는 자기혁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수의과대학 설립은 대학 특성화의 흐름으로 여겨야 한다. 수의과대학 설립을 단순히 대학 크기를 키운다거나 예산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생각해선 절대 안된다. 수의과대학을 농생대에서 분리해 학문간 차별과 동시에 특성을 살리는 계기로 삼는게 중요하다. 지난 50년간 우리대학이 양적인 발전으로 위용을 갖췄다면 앞으로 50년은 높은 질을 갖춘 학문기관으로 나아가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수의과대학 설립도 이런 과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대학측은 수의과대학 설립을 외치는 학우들 목소리를 그냥 스쳐보내선 안된다.
현재 대학 내?외 상황을 지켜보면 우리대학은 대학존립의 큰 전환점에 섰다. 과연 대학측은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 것인가.
이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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