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즐겨라"

“문학은 때론 잊혀진 역사, 감춰진 진실을 용기있게 보여준다”
제주출신의 대표적인 소설가 현길언 동문(국문 65 졸)은 제주도라는 향토적 삶의 세계를 모티브로 분단된 민족의 비극상 등을 심도있게 다뤄 문단사에 한 획을 그어왔다. 그의 소설의 출발점은 제주 ‘섬’의 역사와 그 주민들의 삶이다. 그만큼 제주에 대한 애착이 끈끈했다. 그런 그의 기억 속에 제주대와 제주도는 지금 어떻게 자리하고 있을까. 정감어린 목소리로 ‘용기’와 ‘개척정신’을 갖고 정진하라는 현길언 선생의 말을 들어봤다.

■ 대학생으로 돌아가신다면 어떤 생활을 하고 싶으세요?
현재 대학공부 자체가 직업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변질되어 있습니다. 학문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세계를 알아 가는 것이지요. 실용적인 측면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학문에의 탐구를 위한 진정한 대학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창작활동과 문학연구를 병행하면서 ‘즐거운’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참 다행인 것이 대학 다니는 동안에도 그랬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다시 대학을 가게되어도 마찬가질 것입니다. 보다 근원적인 것에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 ‘광정당기’, ‘그믐밤의 제의’, ‘귀향’ 등을 통해 많은 이들이 선생님 소설은 제주도의 역사와 삶이라고 합니다. 작품 속에 흐르는 선생님의 관점과 철학을 어떻게 설명하시는지요?
우선 왜곡되고 편향되어 전해지는 제주의 역사적 상황을 제대로 알리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4·3등의 제주 역사에 대해서 다루면서 역사 혹은 이데올로기에서 개인의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는가에 대해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90년대 후반에는 ‘관계’에 초점을 맞췄는데, 사람이 사는 것은 관계를 맺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일제의 이데올로기에서 제주의 역사와 배경을 담으려고 합니다. 인간의 성장 속에서 인간의 본성이 뭔지 보여주려 합니다. 앞으로는 숨겨진 인간의 진실에 대한 탐구를 종교와 시대와 결부시켜보려 합니다.

■ 제주의 많은 문제들이 근·현대 한국문단에서 주목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역문학의 ‘한계’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기도 하는데요, 제주문학의 방향은 어떻게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문학은 인류공통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 전통, 작가의 성장 배경 등에 따라 작가와 독자의 개별성이 가미될 수 있지만, 문학은 인류 공통의 것입니다.
제주 문학은 들꽃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주들꽃은 제주의 기후와 땅에서 싹이 트고, 꽃을 피운 것이지만 그 모습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의 모습을 좀 더 향토적이고 묘사적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적인 모습을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외국인이라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학은 당대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세계를 보고 후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지금의 모습만 담아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제주들꽃에서 찾을 수 있는 문학의 방향입니다.

■ 서울에서 바라본 제주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서울을 비롯한 전국권의 문화 또는 사회적 흐름과 제주의 모습이 같거나 다른 점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지금은 도시와 농촌을 떠나 모든 문화가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제주나 서울이나 살아가는 양식은 꼭 같겠죠. 따지고 보면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라는 점에서 서울보다 더 개방적인 환경에 처해져 있다고 할 수 있죠. 서울 사람은 쫓기며 경쟁하며 바쁘게 사는 반면에, 제주 사람은 오히려 여유롭게 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방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개방적인 ‘사고’를 많이 가지지 못한 점이 엿보여 안타깝기도 합니다.
다른 곳보다 제주에서 개방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관광지라는 곳은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접할 수 있는 곳입니다. 외부의 다양한 문화를 보듬으면서 제주도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 속설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연 그말이 합당할는지요. 제주에서 인재를 유치, 성장시키기 위한 방향은 뭐라 보십니까?
그 말은 잘못된 중심주의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편견입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이었고 사고 역시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교육도 이와 마찬가지로 서울에 집중된 것이지요. 제주와 서울은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는 곳이지요. 그래서 이 둘을 똑같이 만들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고,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겁니다.
제주에서 인재가 클 수 있으려면 대학의 노력이 먼저 필요하겠죠. 대학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좋은 곳 아닙니까. 제주대학은 대학 특성화가 필요합니다 ‘제주대’하면 떠오를 수 있는 특성 말입니다. 해양산업, 문화, 약학, 농업 등 제주대학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한국은 일자리가 없고 사람은 많다고 하지만 진정 쓸만한 인재가 많지 못한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제주라는 환경적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에 있는 사람보다 무엇이든지 열심히 할 수 밖에 없겠지요. 이 때 학구열을 촉진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거의 모든 정보는 다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니 이젠 학생 스스로 노력해야겠죠.
또 우리나라 일자리가 대도시 중심입니다. 제주지역에 적절한 일자리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입니다. 이는 제주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겠죠. 일자리를 찾아내는 데에도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 타지역에서 생활하는 많은 제주인들은 항상 맘속에 고향 ‘제주’를 품고 산다고들 합니다. 선생님도 그러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만 언제쯤 귀향하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사람이 어디서 사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시처럼 인생은 나그네라 할 수 있는데 사람 역시 한 곳에 꾸준히 머무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주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의 교수로 재직하려고 했을 때 부정적인 얘기들도 있었습니다. 왜 제주를 떠난 곳에서 있냐는 얘기지요.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제주가 지닌 폐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고향을 떠나 있을 때야 고향의 소중함도 느끼고, 더 진지하게 인식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겁니다. 고향에 살면 고향을 잘 모르게 되는 겁니다.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은 바로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떨어져 있으면, 고향을 더 진지하게 인식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점차 시대는 시간과 공간의 해체가 이뤄지고 있으니, 단지 고향에 머물고 꼭 귀향해야 한다고 생각할 시기는 지났습니다. 널리 뻗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세계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고향을 위해서 더 필요한 거지요. 물론 고향은 가고 싶고 그리운 곳이지만 사실 언제 고향에 가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 제주대 재학생뿐만 아니라 제주 청년들의 상실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물론 취업과 관련한 청년실업이 크게 작용한 탓이겠지요. 이런 후배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워 주신다면요?
우선 부지런해야합니다. 어떤 일을 하던지 그것을 즐기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용기를 가지십시오. 인생은 자기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자신의 것입니다. 도전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자기를 발전시킬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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