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통해 실력 쌓아야 …
대학시절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농업을 시작하는 초기에는 이런 믿음을 갖고 있었지만 사회적 환경이 이런 믿음을 무너지게 한지 오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보면 성과가 있을리라는 믿음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대학 시절 원예학과를 다니면서 조직배양을 전공했습니다. 시기적으로 80년대 중반이었고 한창 바나나 재배붐이 일어, 그 당시 소인섭 교수님과 함께 조직배양된 바나나의 묘목을 싸게 공급해 농가에 보급했습니다. 조직 배양은 전국 최초로 시도한 것이었으며 농가의 소득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학부시절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지금도 조직 배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 한농연에서는 국내 농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농민 후계자, 후계 농업인을 엄격한 심사에 의해 뽑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전국 12만여회원이 한농연에 가입돼 있으며 제주도에는 1천5백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습니다.

◆ 대학시절,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제가 78학번인데 1학년은 용담 캠퍼스에서 다녔고 2학년때는 서귀포의 농수산학부에서 보냈습니다. 지금의 서귀포 의료원 자리가 예전 농수산학부가 있던 자리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대학가에는 낭만이 있었습니다. 미팅하는 것이 제일 즐거웠고, 요새 학생들은 미팅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다방에서 미팅을 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용담 캠퍼스 시절, 용두암 근처에 시원한 물이 나오는 곳이 있었는데 체육시간이 끝나면 과친구들과 목욕도 하면서 재미있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교양과목에 국어, 영어점수가 반영이 돼서 1학년때 영어단어 2만개를 외웠고 국어의 한자숙어도 일주일에 한번씩 시험을 치르기도 했었습니다. 서귀포 농수산학부의 풍경은 목장같이 아늑하고 정감이 갔었습니다. 예를 들어 과끼리 내기축구를 하고 자장면에 소주한잔을 마시는 등,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면서 선후배 관계가 돈독했었고 과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이 컸죠. 그러던 중 군대에 갔다 와보니까 아랏벌에 농수산 학부가 제일 먼저 올라와 있어 복학을 해서 다니기 시작했죠. 저는 과가 원예학과였지만 조직 배양이 신기하기도 하고 공부할 가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농사를 지을 것이지만 조직 배양을 농업과 접목 시켜보자는 생각을 하고 생산한 우량 묘목을 보급해, 대학 졸업하는 시기에는 조직배양 하는 농가가 50군데가 넘었습니다. 그리고 조직 배양을 하는 동안 실험실에서 생활하는 것이 즐거웠고 시간이 나면 농가도 둘러보며, 많은 재미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상 1차?3차산업이 제주도의 지주산업입니다. 하지만 4년째 감귤 값 하락 등 상황이 그다지 좋지는 않은데요, 대안은 없을까요.
저는 감귤농사는 한평도 짓지 않지만 제가 졸업을 하고 농민단체 일을 10여년을 하다 보니 느낀 부분인데, 문제는 농가들의 의식이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가야 하나 보수적이고 개혁을 거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관이나 행정관청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땅에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책임을 져야 된다는 거거든요. 1차적으로는 농민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가격 하락을 관행적으로 호소하고 있어 변화에 뒤쳐지지 않았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농연 제주지부가 생긴 데에도 농촌의 젊은 숨은 실력자, 인력들로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는 차원에서 뛰어든 것이고 농촌이 개혁되고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습니다. 이런 개혁의 의지는 한 농연 조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농가들이 받아들일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추진상에 보이지 않는 막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감귤이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물량만 조절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대외적 환경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또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더라도 외국 농수산물과 경쟁을 하고 그러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감귤 문제가 최대의 과제에 봉착해 있어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나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 지난달 11일 멕시코 칸쿤에서 이경해 한농연 전 회장이 할복자결을 하셨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느끼신 바가 남 다르셨을 텐데요.
이경해 열사는 서울시립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시고 장수군에서 젖소 목장을 하시다가 80년대 중반에 소파동이 일면서 빚만 떠안게 되면서 지역의 농민 운동을 하시게 된 분입니다. 그 분은 농민 운동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계셔서 한농연조직의 탄생의 중심축이셨습니다. 각종 세미나와 농민 대책을 논의하며 같은 농민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 소식을 접하고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마음 속으로 한없이 울었습니다.
그 분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빈털터리였지만 그분처럼 농민운동가들의 뒤에서 정신적으로 지켜줄 선배가 많이 계셔야 하는데 그런 일로 세상을 떠나셔서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 이런 피상적인 부분들을 보며 현실적으로 농업개방의 확대가 불가피한 것처럼 보입니다. 현재 수입 개방을 반대하고 계신데.
수입개방이란 말을 모든 것을 반대한다고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WTO가 체결된 이후 나라간에 수출과 수입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 사회의 구조상 수입농수산물 때문에 농업경쟁력이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농사를 짓는 농업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난 다음에 수입을 개방을 하라는 말입니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농업인들이 농사를 지으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소득이 날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수입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농업을 경제 논리로 풀어가고 있어, 농가에서는 서러운 일이 많습니다. 농산물 수입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수입산만을 먹게 되면 우리나라의 농업 재배면적이 적어지면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약화될 것입니다.
곡식농사는 자연환경에 의해서 지배를 받기 때문에 지금 현재 쌀 가격이 싸더라도 기후환경 변화에 의해 냉해나 가뭄이 들 경우 가격이 폭등하게 됩니다. 안전한 먹거리가 될 수 없다는 말과도 상통하는 것이죠. 언젠가 수입 개방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먹는 주식을 지키지 못하면 쌀을 고가로 사다 먹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총들고 싸우는 것만이 전쟁이 아닙니다. 나중에는 총들고 싸우는 상황보다 더 극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환경적인 부분에서 다원적 기능이 있기 때문에 WTO를 반대하되, 농업을 하는 사람들의 안정적인 대책이 마련된 뒤에 수입개방을 하라는 것입니다.

◆ 현재 대학생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하지만 흔히들 힘들다고 생각하는 직종은 기피하는데 농업 분야도 이에 속한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농업에 대한 시각이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부분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10년전만해도 전체농업인구수가 전체의 30% 가까이 육박했었는데 지금은 8%대로 내려왔습니다. 농촌이 고령화 사회가 돼서 농업을 이어나갈 젊은 인력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70∼80세 노인들이 농사를 짓는 실정이고 다시 말해 후계 농업인이 없다는 얘기인 것이죠. 사회의 분위기나 사람들이 흔히들 농업은 힘들다, 돈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 부분은 농가에서 일한 만큼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돈은 안나오고 빚만 늘다보니 하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질 않는 겁니다. 지금 이런 것이 현실에서, 정부가 농업을 살릴 의지가 있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가에 빚만 늘어나고 제주도의 경우 평균 3천만원씩은 빚을 안고 사는데 지금은 옛날 어르신들이 농업을 하던 환경과 달리 시설재배가 들어가야 되나 이런 부분들도 빚으로 남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건이 어렵다 보니 농업이 살 수 있는 방안은 정부 보조금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일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위스같은 경우는 정부차원에서 농업의 70%를 지원해주고 있어 30%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되는데 현 WTO가 국가의 지원을 막고 있어 이런 부분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농업을 이어 나갈 후배들에게 희망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학부시절, 한쪽만 보지 마시고 넓게 보십시오. 저는 학부시절, 연구실에서만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못해 본 것 같아, 가장 아쉽습니다. 연구만 하는 것이 학문적으로는 좋을지는 몰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것 같습니다. 모르는 부분은 책을 다시 보면 되지 않습니까. 농장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직접 농사를 지을 것인지, 아님 다른 길을 갈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입니다. 대학시절 시야를 넓히고 많은 경험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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