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전 사학과 교수 ©
교양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던지는 화두 하나가 있다. 즉, ‘학생 제군들은 왜 역사 관련 강의를 신청했고,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다. 그 대답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 받을 교과목이 없어서, 그냥 단순히 역사가 흥미 있어서, 극히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기 위해서 등 다양하다.

대학이 경제논리에 휘둘려지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고리타분하게 여겨질지도 모르는 역사 관련 교과목을 신청해 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라는 무한경쟁시대속에 사회가 매우 다양화 해지고, 미래 사회가 불확실해 질수록 정체성을 찾기 위한 올바른 역사의식이 무엇보다도 요청된다.

본래 History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의 Historia로 관찰과 탐구의 결과에 대한 보고를 의미하였다. 동양에서 역사[史]는 사람[人]과 구술[口]을 형상화한 것으로 ‘말을 전하는 사람’을 뜻한다. 독일의 Geschichte는 일어났던 일과 그것에 대한 기록을 나타낸다. 근대사회로 이행하면서 역사의 의미는 과거 사건의 재구성 및 탐구로 변화하였다. 어떻든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며, 공간과 시간의 접점을 다루는 학문으로 단절이 아니라 연속성을 갖는 것이 역사학의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역사학이 과거의 시간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불확실한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라는 점에서 ‘역사학은 곧 미래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 진부한 질문이다. 그러나 막상 대답하려면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필자가 지방사(local history) 연구에 유용한 연구 방법론을 제공해 주고 있는 아날학파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란 역사학자가 있다. 그는 페브르와 함께 아날학파의 대표적인 학자로 ‘아날지’ 창간, ‘프랑스 농촌사의 기본성격’, ‘봉건사회’ 등의 저서로 역사학자로서의 명성을 남겼다.

그는 어느 날 그의 아들로부터 ‘아빠, 도대체 역사란 무엇에 쓰는 것인지 저에게 말해 주세요.’란 질문을 받았다. 그의 명저 ‘역사가를 위한 변명’은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답변서이다. 그의 표현대로 역사학은 인간에게 위로와 아름다운 즐거움을 주는 매우 의미 있고 유용한 학문이다. 역사학이 없었더라면 인류사회에 진실과 사회정의를 향한 새로운 길을 열어주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학은 과거 인간 생활에 대한 지식의 총체적 보고이다. 현재는 갑자기 우리 앞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가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게 되면 현실에 당면하는 제반 문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미래를 올바로 전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역사학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우리에게 자신의 삶의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 준다. 즉, 지금 내가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가르쳐 준다.

현재의 시점에서 지난 과거 시간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미래와의 대화가 역사라는 E. H. Carr의 지적은 아직도 유효하다. 우리 대학생 제군들에게 간곡하게 바라고 싶은 것은 ‘후회 없는 자기 인생설계를 하고 싶거든,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하는 데 부단히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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