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성 독일학과 교수 ©
 

“놀지 마라, 공부해라” 12년 동안 지겹게 들어온 그 소리. 이제 대학에 오면 적어도 1년은 해방이겠지… 벅찬 희망을 안고 시작하는 새내기들에게 전해줄 신선한 메시지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분명히 달라지는 것 하나가 있다면, 타율적으로 통제받던 울타리를 떠나 본인 스스로 학습주체로서 이수과목을 구성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벌판에 들어선다는 점이다. 그 터전인 이곳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500일을 채울 키워드 다섯 개를 뽑아 보았다.

첫째, 로고스(Logos). 대학은 자체 내에서 지식을 생산 수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모든 형태의 지식들이 유통되는 교차점이다. 여러분은 당장 눈앞의 학점도 중요하겠지만 대학이 바로 지성의 중추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2010년의 오늘의 시점, 제주대학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듯이 정치 경제 교육 과학 예술 등 전 분야에서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중심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둘째, 에토스(Ethos). 대학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가치관들을 자유롭게 토의하고 공론으로 도출하는 장이다. 제주의 미래를 짊어질 여러분은 합리적인 대화와 윤리의식을 체득해야 한다. <남들도 다 그러는데…>라는 익명의 군중심리 속에서 자칫 에토스는 실종되기 쉽다. 조금만 배려하면 지킬 수 있는 출발점은 각종 시험에서 당당한 자세를 견지하고 학생활동 및 공공장소(강의실, 도서관, 도로 등)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에티켓이다.

셋째 파토스(Pathos). 멋들어지게 신명나게 제대로 즐겨라. 봄이 오면 캠퍼스에는 온갖 축제와 친교의 장터가 만개할 것이다.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는 법. 제주를 문화의 보물창고라고 자부한다면 주위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화 현장에 기꺼이 참여하라. 음악, 미술, 연극, 스포츠와 공연을 만끽하는 가운데 여러분은 제주문화의 미래를 같이 창조하는 예술적 열정의 주인공이 되어갈 것이다.

넷째, 글로벌(Global).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마라. 눈을 크게 뜨고 넓은 세상을 보라. 리처드 바크(R. Bark)가 수필집 <갈매기의 꿈>에서 역설했듯이,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는 법이다. 1990년대 이후 제주의 국제화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엄청나게 진전되었다. 제주는 이제 변방의 섬이 아니라 국내외의 인적 물적 자원이 소통하는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높은 이상을 향해 질주하며 제주의 미래를 이끌고 갈 2010 제주대학교 새내기와 재학생 여러분에게 세상은 천혜의 자연과 탁월한 문화 관광 인프라를 지혜롭게 운용하는 국제적인 역량을 요구한다.

끝으로, 미디어(Media). 모든 매체를 총체적으로 활용하라. 멀티미디어하면 으레 각종 첨단장비와 게임, 컴퓨터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IT 환경은 물론이고 고전적인 형태의 도서와 신문, 잡지에 이르기까지 주위를 둘러 싼 모든 매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라. 더욱이 오감(五感)의 집성체인 우리 몸이야말로 멀티미디어의 꽃이다.

책은 커녕 일간지도 읽지 않는 인스턴트 지식으로는 미래를 선도할 수 없다. 지식의 심원에 파고들어 그것을 정신의 재산으로 포착하는 수련이 필요하다. 졸업하기 전에 책을 100권(한 달에 두 권)은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를 몸소 실천한 차이는 오늘 내일이 아니라 5년 뒤, 10년 뒤 바로 여러분의 미래를 각인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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