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금융권의 양대산맥으로 농협과 제주은행이 꼽힌다. 농협이 농업 기반을 밀착한 금융이라면 제주은행은 상권을 비롯 도시형 금융으로 제주에서 34년째 터전을 닦아왔다. 특히 제주도의 브레인으로 도민의 사랑을 받아온 제주대의 수많은 재목들이 둥지를 틀었던 곳 중 하나가 제주은행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았지만 여전히 제주대 동문들은 제주은행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제주은행 종합기획부 김대식 부장(식품공학과 77학번)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도 많은 우리대학 졸업생들이 제주은행에서 사회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제주대 졸업생들의 제주은행 진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가 바라보는 제주대에 대한 인상이 무척 궁금하다. 또 후배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픈지도.

◇해병 ROTC 7기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대학 때의 기억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나는 용담캠퍼스에서 마지막으로 학교를 다닌 세대이자, 아라 캠퍼스에서 첫 졸업을 한 세대예요. 대학 다닐 당시 사회적으로 침체됐었고, 대학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두웠었어요.
사실 처음엔 대학에 흥미가 없었어요. 자신이 진로를 선택해서 과를 선택하는 것이 참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상황들도 여럿이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지만 대학 다닐 때 남는 특별한 기억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ROTC를 지원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누군가에게 앞장설 수 있는 위치에 선다는 게 힘든 일입니다. 30∼40여명을 지휘하면서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볼 계기가 됐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간관리’에 관한 사항들을 많이 익혔습니다.그 후 인간관리를 중요시 여기게 되는데, 이것이 바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 학교 생활을 하면서 병영생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ROTC가 참 해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맡든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학교 생활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게 필요합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지만 선배님도 사회진출에 영향을 미친 교수가 계실텐데요.
사실 저는 학과공부를 소홀히 했습니다. 제가 다녔던 식품공학과의 하진환 교수가 나에게 “사회에 나갔을 때 어디를 가든지 간에 어느 대학을 나왔냐고 묻기 전에 무슨 과를 나왔는지를 묻는다. 과가 식품공학인데, 뭔가라도 알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 지식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제가 있는 자리에서 주어진, 그리고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는 인생의 좌우명처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외 송대진 교수나 강영주 교수 등 많은 교수님들이 도움을 주셨는데, 그 기대에 많이 부응하지 못했던 게 참으로 죄송스럽더군요.

◇식품공학과 출신 은행인이라는 어감은 다소 생소한데요. 은행에 발을 들여 놓게된 계기가 있는지요.
우연한 기회로 은행에 발을 들여놓게 됐습니다. 사실 사회에서 자신이 전공했던 것은 모두 진로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출신 중 사람을 뽑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지원을 하게 됐는데, 당시 기회만 있으면 뭐든지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솔직히 내가 준비하고 있던 업무가 아니라서 어려웠던 점도 있었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20년이 되었는데, 나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노력하려고 합니다.

◇선배님이 맡고 계신 업무의 성격이 궁금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종합기획부이다 보니 경영관리, 기획, 전략, 영업 지원, 인사, 세무관리 등 범위가 넓습니다. 영업장을 지원하는 모든 업무를 총체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인 경우엔 경영전략과 총무업무가 분류되어 있지만 제주은행인 경우 이 두 업무를 같이 맡고 있습니다.
때로는 윤활유처럼 때로는 휘발유처럼 제주은행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고 효율적인 업무와 이윤창출을 위해 고민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지요.

◇오랜 생활에 제주은행에 몸담고 계셨는데요. 선배님이 회사에서 중요시 생각하는 것과 선배님의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큰 문제없이 지내던 중에 외환위기를 맞아 많은 동료들이 감원됐을 때 고충이 많았습니다. 외환위기라는 풍량을 맞아 상처로 남은 생채기가 아직까지 쓰립니다. 그런 아픔은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보고요.
지금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인간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내부만족이 안되면 외부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는 각기 다른 이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고 잘 이끌어 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사실 의견이 항상 일치되는 것이 아닌데, 많은 이들의 동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들을 어떻게 조화하고 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게 회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후배들도 학업이나 취업을 위한 성취는 중요하게 다뤄야겠지만, 선·후배, 교수 등과의 인간관계를 잘 쌓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제주은행이 지역 봉사 등의 활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언론에 비춰지고 있습니다. ‘도민의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사실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항상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어차피 우리고객은 다 제주도민입니다. 주민의 행사에 참여하고 지원하는 것은 고객과인 관계 개선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농협이 출장소를 제주대에 설치해서 그런지 농협과 대학과의 연계는 잘 되는 것 같은데, ‘도민의 은행’으로 불리는 제주은행이 제주대에 대한 지원과 관계는 그에 못 미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제주은행이 제주대와 도내 대학 등 인재양성을 위해 하시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지역에 있는 기업으로서 지역대학에 기여하고 환원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채용 시 많은 인재를 확보하려고 생각중입니다. 더 나아가 산학협동, 장학사업 등의 대학 밀착화 사업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금융·경제 관련 세미나도 해볼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제주은행의 경영정상화는 우리대학 학생들의 취업난 등 위기극복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습니다. 금융권에 뜻을 두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조언 한마디 한다면요.
가끔 학교에 올라올 때 후배들을 바라봤을 경우 지방대라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자학하는 모습이 많이 엿보여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대학은 자신을 성숙시키고 발전시키는 단계이지만 학생들은 대학 간판에만 치중해서 자신감이 결여됐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후배들에게 “자신감이 있느냐”고 질문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지방의 편견이 있고, 열악한 환경을 존재할 수도 있지만 소속된 사람들이 자신을 먼저 부정한다면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자학하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는 범위에서 자기 자신의 주체,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자기 최면이라기보다는 뭐든지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았던 과거에만, 전성기 때만 집중하지 말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어려움도 잘 풀어보자는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어떤 위치에 있든지 얼른 적응하고 현실을 직시해라. 현실을 수용하고 문제점을 제기해라. 현실을 외면하는 순간은 발전에 저해되는 요소임을 명심해라” 등등의 말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군요.
또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우연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도 물론이고 이것저것 많이 접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맘껏 누려보십시오. 여러 가지를 많이 경험하고 축적해놓는다면 어느 순간 좋은 기회가 다가왔을 때 제대로 포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요 약력>
1958 서귀포시 서귀동 출생
1977 제주제일고 졸
1981 제주대 식품공학과 졸
1996 제주광양지점 과장
1998 제주중부지점 차장
1998 종합기획부 기획조사 팀장
1999 중소기업센터 지점장
2003 종합기획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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