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춘 국어국문학과 교수 ©
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오만과 독선이 심판받았다. 국민의 저항이고 당연한 결과다. 전쟁을 원하지도 않지만 피하지도 않겠다는 ‘전쟁불사론’이 결국 국민으로부터 비판받았다. 온 세상을 파헤쳐 죽음으로 만드는 삽질공화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해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그만 두라는 경고를 한 셈이다.

4대강 사업은 우리 국토·생태와 자연·생명을 위해서도 막아야 하지만, 이것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토건카르텔은 수 조원을 축적하고 카르텔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여, 부정부패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끝장 내고 경제 위기를 재촉할 것이라 본다. 선거에서 판가름났듯이 4대강 사업은 조속히 중지해야 한다. 이 땅의 복지와 교육이 4대강 사업으로 고갈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제주와 무관하다고 방관만 할 것인가. 제주는 강이 없어 이 환란을 피해가니 다행스럽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제주에서도 4대강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하천에 대규모 토건사업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제주도민은 편안하다. 5,000년 동안 없었던 대역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놀랄 일이다. 그것이 바로 저류지 공사다.

KBS가 지난 해 말 이 ‘저류지’에 대해 일갈했다. “수백 억 원이 공중에 날아갔다”고 한숨을 쉬었다. 나리 태풍 피해를 겪은 후, 하천으로 흘러드는 엄청난 수량을 줄이기 위해 저류지가 필요하다고 서둘러 공사를 했건만,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는 결론이었다. 왜 그런가? 이 저류지는 해발 100m 미만에 두어야 하는데 해발 200-300m에 설치되고 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라는 보고였다. 지자체 담당자는 100m 미만의 지역은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중산간 위쪽에 저류지를 설치했다고 한다.

태풍에 큰 효용성이 없는데 왜 했는가? 그게 전시행정이다. 그리고 때마침 국가에서 토목공사를 하라고 엄청난 자금을 내려보냈으니 하늘이 내린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던가.

가 보았는가? 그 저류지를. 듣기만 했던가. 병문천과 한천 중상류로 한번 가 보시길. 엄청난 산성(山城)이 거기 새로 지어지고 있다. 왜구를 막으려던 환해장성은 애들 장난이다. 제주목을 둘러친 읍성은 장난감 블록 정도다. 명박산성은 위대하다. 제주에 있으니 이를 태환산성이라 해도 좋다. 중국 자금성이나 만리장성을 떠올릴 정도로 웅장하니, 우리 시대의 이 건축술에 대해 우리는 찬사를 보내야 할 일이다.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공사를 탓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 무자비한 공사로 제주의 아름다운 산하를 망치고, 얼마 후 복구비로 10배가 넘는 공사비를 쓰게 될 후일이 걱정된 때문이다. 토건카르텔이 더욱 완고한 힘을 비축하여 이 땅의 민주주의를 압살할 것이고 제주의 지방자치를 위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토목건축비가 교육과 복지에 쓰였다면 어땠을까. 차라리 공사비 800억원을 대학 졸업자를 위해 썼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봉 2,000만원이면 4,000명을 취업시킬 것이고, 연봉 3,000만원이면 2,700여 명을 취업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젊은이들이 환하게 웃는 밝은 사회가 올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제주가 이토록 바뀌는 아픔을 외면하면 편히 살았을텐데, 그 산성을 보러가지 않았다면 조금은 편히 살 수 있었을텐데, 그랬다. 여러분도 제발, 그 산성을 보지 말길 바란다.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눈감고 그냥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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