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름이 끝나지 않았지만, 한라산 자락을 타고 아슴아슴 가을의 그림자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제 곧 취업 경쟁철이 시작되고, 금년도에도 아마 고학력자 취업난에 관한 기사들이 터져나올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예측을 하는 것은 금년도 경기가 특별히 나빠서가 아닙니다. 다른 나라들은 휘청휘청하는 데도 우리나라는 오히려 놀라운 성장을 유지하고, G20 정상회담까지 유치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예측을 하는 것은 각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지원자가 갖추고 있는 능력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기업가들이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느냐구요? 아닙니다. 제가 1999년부터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자료를 골라 읽고 발표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구축해온 <한국디지털종합도서관>에서 웹사이트 관리자와 편집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직접 겪은 바 신문에서 읽은 기업주들의 불평이 엄살이 아니라는 걸 발견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구인 광고를 내면 불과 5분 안에 너댓 명의 이력서가 접수됩니다. 그리고 재택근무자를 모집할 경우에는 육지에서까지 접수합니다. 하지만 이력서를 다운받아보면 채용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편집자를 모집하는 데 상관없는 마트 캐쉬나 주유소 급유 아르바이트 같은 경력을 쓴 것들이 대부분이고, 관련 분야의 경력을 가진 사람도 일 년에 몇 번씩 자리를 옮긴 사람들입니다.

일단 뽑고 길러 써야 할 게 아니냐구요? 그렇지요. 입에 딱 맞는 떡은 없으니까. 하지만 면접때 입고 나오는 옷이나 태도를 보면 기초 교육도 끝나기 전에 그만 둬 견습 기간에 준 봉급도 못 건질 것 같은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더욱이 기초 교육 단계로 들어가면 놀랍다 못해 입을 딱 벌릴 정도입니다. 워드는 잘 친다면서 서울의 일급 수준 봉급을 요구하지만 속도만 빠를 뿐 스타일을 정의해 쓰거나 프린트할 때 잉크 농도를 지정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래서 가르쳐 주면 골치 아프다며 감귤 따는 게 낫겠다고 도망갑니다.

아니, 그 정도라면 말도 안 합니다. 어떤 사람은 사무 인수인계도 하지 않고 도망가고, 또 어떤 사람은 자기가 일한 날자만큼 일급을 따져 사무실 통장에서 임의로 인출한 다음 내일부터 못 나오니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몇 억 상당의 서버와 프로그램을 망가뜨리고 도망친 사람도 있습니다.

직원 관리가 시원찮아서 그런 게 아니냐구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애써 유치한 모 포털의 경우 중견 이상 간부진에 우리 대학 출신이 몇 프로나 되는가 알아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열망하는 대기업의 경우는 몇 프로이고.

하지만 우리 사무실의 어려움이나 요즘 젊은이들의 실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나보다는 취업을 하고 싶은 사람은 <나>보다는 <너>, 그러니까 직장에서 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보라고 권유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유지되면 국제화를 추진하는 제주도는 영원히 외딴섬의 처지를 면하기 어렵고, 우리 사회 전체가 침체와 분열에 빠져 진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마저 직장을 잃고 말 것이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기업 중심’의 사고라고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기업을 위해 존재하지 않듯, 기업도 어느 특정인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고학력 실업자 시대가 그치지 않을 것이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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