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테마별 세계교육기행을 다녀와서

     
 
4학년이 되고 출근하듯이 도서관을 다녔다. 그런 날들을 보내다 보면 도서관 입구에서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된다. 이번 테마여행도 여기서 시작됐다. 여느 때와 같이 도서관 정문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같은 과 친구가 테마여행을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자극을 주고 싶었고 마지막으로 졸업 작품을 만들어보고도 싶었다. 그 후 매일 도서관에서 만나며 틈틈이 계획을 짰다. 그 후 주제를 결정했고 호주의 제주도라 할 수 있는 태즈매니아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같이 가기로 한 나머지 팀원들을 구했고, 같은 과 4학년 동기생들로 구성된 팀이 만들어졌다.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치고 방학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기행 준비를 했다. 촬영 장비를 대여하고 비행기 티켓과 숙소, 그리고 렌트카 예약까지 마치고 매일 모여 촬영 콘티를 만들었다. 싼 티켓으로 구하다 보니 가는 데만 비행기를 4번 탔고, 비행시간은 17시간, 대기는 32시간이 걸렸다. 긴 시간 후 태즈매니아에 도착한 우리의 여행은 선(禪)의 여행이었다. 특정 장소를 목표로 소위 사진을 남기기 위한 점의 여행이 아닌, 점과 점 사이에 우리의 눈에 담은 모든 선들이 바로 태즈매니아였다.

태즈매니아는 점의 여행에서 선의 여행으로의 전환을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저물어 저녁 5시가 넘어가면 하늘에 별들이 보인다. 그 쏟아질 듯한 반짝이는 별들은 이번 선의 여행 중 최고의 선물이었다.

 

태즈매니아는 잘 보존된 자연으로 인해 ‘자연의 주’와 ‘영감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태즈매니아의 20%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고, 40%는 국립공원으로 보호되고 있다. 우리는 프라이시넷 국립공원, 크레이들 마운틴, 호바트, 후온빌, 타즈만 반도, 브루니 섬 등 태즈매니아의 명소들을 돌아다녔고 그 선과 모든 점들을 영상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의 여행은 굉장한 구두쇠 여행이었다. 가장 싼 차를 빌리고 네비게이션 값이 아까워 여러 종류의 지도를 구했다. 식사는 최대한 돈을 아끼기 위해서 아침은 항상 우유에 후레이크를 먹었고, 점심은 이동 중 차 안에서 식빵, 저녁은 마트에서 라면 등을 사 먹었다. 식당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래서 식비 부분에서 예상액의 절반 정도 아낄 수 있었다. 여행이란 예상치 못하게 나가는 돈들이 있기 마련이라 결국 예상 지출액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지만 이 모든 새로운 경험들이 우리로서는 무척이나 즐겁고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태즈매니아는 우리에게 선의 여행과 보존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줬다. 그리고 문명에서 한걸음 더 멀어졌지만 자연에는 한걸음 더 가까워진, 그런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여정 또한 일이었다. 올 때보다 한 곳 더 경유했고, 공항에서 짐을 끌어안고 새우잠을 자야했다. 도착 직후 우리는 바로 영상 편집에 들어갔다. 정산서와 결과 보고서를 만들고, 10일에 걸쳐 만든 영상은 시간에 쫓겨 제작했지만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무척이나 그리움을 많이 느낀, 그런 작업이었다. 졸업 전 멋진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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