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서 평화·봉사 재다짐”… 제주평화봉사단 현장방문

▲ 제4기 평화봉사단이 정들었던 현지 몽골인들과 함께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있다.

‘평화의 섬’ 후속조치로 2005년 봉사단 창설

돌이켜 보면 내 주위에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삶의 많은 시간을 들이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봉사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와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는 원어민 교수님,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어떤 소녀를 위해 매달 생활비와 교육비를 보내주고 있는 학교선배와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긴 시간동안 활동을 해 오고 있는 나의 아내 유코까지. 나는 어쩌면 지금까지 내 자신만의 삶을 생각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제4기 평화봉사단에 지원해서 파견을 나가게 된 것도 내 주위에 있는 봉사하며 사는 사람들의 영향이 컷 던 것 같다.

6월 20일 일요일

해무로 인해 비행기가 잇달아 결항되면서 봉사단원들은 예정시간 보다 빨리 소집되어 센터에 모였다. 우리들은 오후 5시 목포행 퀸메리호에 승선을 시작으로 제주-목포-인천-울란바트로-종모드로 이어지는 긴 여정에 올랐다.배에서 버스로 버스에서 비행기로 비행기에서 버스로 버스에서 캠프로의 첫 24시간은 짐을 나른 기억밖에 없을 정도로 첫날은 짐과의 전쟁이었다.

6월21일 월요일

우리는 센터에 현지활동을 위한 물자들을 정리해 놓고 각 활동지 답사를 나갔다.

나는 문화ㆍ예술팀장으로 센터까지 오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각 마을로 찾아가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거리 공연과 놀이를 준비했는데 답사 때 거리감 없이 다가와준 어린이들 덕분에 첫 공연을 너무나 재밌게 잘 해낸 것 같다.

우리 문화ㆍ예술팀은 한국과 제주의 소개,태권도와 난타 공연 놀이로 구성된 공연을 월요일 오후부터 수요일 오전까지 총 5차례 각 마을에서 하였다.

때로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과 자연스럽게 단체줄넘기를 하면서 공연을 시작하였고 거리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으면 같이 옷을 벗어 던지고 길거리 농구도 하면서 서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6월22일 화요일 첫 홈스테이

몽골어는 산베이노(안녕하세요), 바야를라(감사합니다), 쭈게르 쭈게르(괜찮습니다)라는 세 문장 밖에 모르는(현지 몽골인들이 자주 쓰는 말이어서 3문장은 자동암기) 상황. 나와 홈스테이 짝인 미정씨는 2남매의 자녀를 둔 가정에 초대되었는데 몽골 전통 장기놀이, 샤갈 놀이, 호떡 만들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6월 23일 수요일 미니체육대회와 두 번째 홈스테이

평화봉사단원들과 현지스태프들이 다 같이 참여한 미니체육대회는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하나가 되어 웃고 또 웃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홈스테이. 이날 나는 더위와 피로로 많이 지쳐있었는데 홈스테이 어머니가 단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꿀맛 같은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초저녁에는 윷놀이도 하고 김밥도 만들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홈스테이 짝 미정씨는 단아한 몽골 전통 복장을 입혀주셨는데 나는 홈스테이 아버지가 젊었을 때 입었던 몽골 전통 씨름 복장을 입혀주셨다.

그때 당시는 씨름복장을 한 내가 웃기기만 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사진을 볼 때마다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된 것 같아 기쁘다.

6월24일 목요일 기공식과 농구대회, 발표와 캠프파이어

이날은 환경개선팀이 아파트에 꿈과 희망을 담은 벽화와 어린들을 위한 놀이터를 완성하여 기공식을 가진 날이다. 아파트단지로 들어서는 야트막한 언덕 너머로 보이는 벽면이 마치 동화 속 세상 같아서 너무 보기 좋았다. 그리고 현지 청소년 팀과의 친선 농구 경기를 가지고 발표회를 시작하였다.

한국과 제주의 소개에서 현란한 댄스까지 미니콘서트 같은 발표회를 진행하면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다. 종모드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현지스태프들과의 캠프파이어였는데 촛불을 성화처럼 전달하면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몽골어와 한국어로 부를 때에는 종모드에서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왠지 모를 눈물이 펑펑 났다.

6월25일 금요일 테를지에서

종모드에서 보낸 나흘이 타애(他愛)의 시간이었다면 테를지에서 보낸 하룻동안의 시간은 자애(自愛)의 시간이었다. 초지에서 말을 타고 달리면서 나는 철저히 내 자신과 직면할 수 있었다.

6월26일 토요일 바요스테(안녕) 몽골

제주에서 파견을 준비할 때 보다 많은 몽골 어린이들에게 한국과 제주를 소개하고 몽골의 꼬마들이 이 세상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돌이켜 보면 처음 보는 우리단원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팔에 적어가며 이름을 불러 주는 꼬마들에게 오히려 내가 ‘친구되는 법’을 배운 것만 같다.

종모드에서의 일정이 끝나갈 무렵 우리들이 첫 공연을 한 아파트 단지 그늘에 꼬마아이들이 무료하게 줄지어 앉아 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마음이 때묻지 않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파견되었는데 주고 온 것 보다 얻어 온 것, 가르쳐 준 것 보다 배우고 온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앞으로도 제주-몽골 간에 평화봉사단이 아닌 평화교류단으로 이러한 만남과 교류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무엇보다도 제주의 젊은 청년들이 보다 넓은 세계에서 교류활동을 펼치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 수 있도록 기금을 모아주신 제주도민과 행정관계자 분들 그리고 늘 웃는 얼굴로 아들ㆍ딸 같은 우리들을 나눔의 길로 인도해 주신 제4기 평화봉사단 강상철 단장님, 현지에서 우리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 스태프들, 동고동락하며 열정을 가지고 활동한 제4기 평화봉사단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낯선 몽골의 거리에서 만난 어린이들ㆍ홈스테이 가족들과의 추억들이 긴 시간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함께한 추억들을 소중하게!

비 탄드 하이르테(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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