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해담(생물산업학부 교수)

강의를 잘 하는 교수는 학생에게 인기가 있다. 강의를 잘 받는 학생도 교수에게 인기가 있다. 이해하고 흥미가 있다는 표현을 잘 하기 때문이다.

신문에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인기가 있다. 그래서 원고지 1장에 20만원이 넘는 원고료도 받고 독자의 생각을 이끌어가기도 한다.

손석희 아나운서는 토론을 재미있게 만든 사람이다. ‘시선집중’의 핵심질문과 풍부한 지식과 질문의 마무리는 청취자의 채널 선택권을 빼앗아 간다. 맞장구의 1인자도 있다. ‘우리는 라디오 시대’의 최유라는 오후 4시가 되면 모두를 미소 짓게 하는 맞장구의 1인자이다.

스티브 잡스는 장사꾼적인 표현의 1인자이다. iPod을 세상에 내보일 때 청바지 동전주머니에서 꺼냈다. 노트북을 개발했을 때는 노란 서류봉투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더 이상 가볍고 작다는 설명이 필요 없는 표현이다. iPhone이나 iPad를 출시할 때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 받았다. 그래서 스티브잡스식 프레젠테이션 십계명도 있다.

어려운 학술적인 내용도 재미있고 흥미롭게 표현할 수 있다. 미국의 부통령이었던 엘고어가 2007년에 노벨평화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게 된 계기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덕분이다. 불편한 진실은 딱딱한 기후변화와 관련된 학술조사 결과를 논문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만든 영화인데 아카데미상도 받았다. 주제가 무엇인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혹자는 인간의 진화과정은 표현의 진화과정이라고 한다. 표현에서 이기는 생물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상인 침팬지, 원숭이와 인간의 차이는 수 백 만 년 전에 말로 표현하는 능력의 차이에서 왔다고 한다.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네안데르탈인은 모음을 발음할 수 있는 턱의 구조를 갖추지 못했지만 모음을 잘 표현하는 호모사피엔스가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2009년 11월에 Nature에 언어 표현과 관련된 중요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사람의 언어능력을 연구하는 Daniel Geschwind 박사팀이 인간의 언어능력을 변화시킨 FOXP2라는 유전자를 찾은 것이다. 결국 FOXP2 유전자에 의해 침팬지, 원숭이와 네안데르탈인의 차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우리 대학에도 많은 교수님들이 신문에 시론을 게재한다. 작게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제주 지역사회에 제주대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제주지역의 오피니언리더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신문의 경쟁력도 표현의 차이에서 온다. 같은 기사도 헤드라인, 문장의 길이, 문장의 음율, 단어의 배열, 문장의 박자에 의해 유명 중앙지와 지방지의 차이가 크다.

코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은 코끼리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은 사람이다. 대학에 다닐 때는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에 나가서는 그 지식을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가 우리 학생들의 앞길을 좌우할 것이다.

글이든 말이든 발표든 표현을 잘 하는 것은 상대에게 내놓는 가치 있는 『명함』이다. 우리 대학 학생들도 표현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좋은 명함』을 갖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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