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신문 학생기자들의 봉사활동 체험

▲ 지난 2일 제주대신문 학생기자들이 제광요양원 어르신들과 민속자연사박물관으로 나들이를 했다. 초가를 짓고 있는 전시물을 보며 어르신이 옛 생각을 떠올리고 있다.

“10월 2일이 무슨 날이에요? 갑자기 웬 봉사활동 이에요?” “그것도 모르냐? 노인의 날이잖아.”

봉사활동을 계획하면서 제주대신문사 학생기자들 사이에 오간 말이다. 이 같은 상황은 신문사에서도 일어나지만 학생들이 10월 2일이 무슨 날인지 모른 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대신문 기자들은 지난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어르신들을 도와드리며 뜻 깊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제주시 오라2동에 위치한 제광요양원(이하 제광원)을 찾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대학에 들어와서는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해 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하는 봉사활동이라 어르신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부담감이 컸다. 우리의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분위기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오전 10시에 도착해보니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꽃단장을 마치고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이동을 할 때 어르신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몰라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했다. 그러나 차타고 이동하는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나들이 가는 것이 즐거웠는지 가는 내내 노래를 흥얼거리며 신이 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동마을을 지나칠 때에는 양송남 할아버지의 입에서 “오동동동”하고 끊임없이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처음 도착한 곳은 민속자연사박물관이었다. 구경하기에 앞서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휠체어를 끌며 이동하는데 처음에는 문턱이 있을 때 휠체어를 조금 들어서 지나가는 것도 몰라 허둥지둥 댔다. 또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에는 휠체어를 탄 할머니들이 다치지 않게 뒤로 내려와야 했다. 봉사활동을 오랜만에 하는 것이라 실수도 많았지만 나중에는 손에 익숙해져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가 구경 온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어르신들이 살았던 시대를 자세히 보여줬다. 초가를 짓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물 허벅을 기르는 것까지 어르신들은 옛 생각에 즐거운 표정이었다. 필자가 휠체어를 끌던 할머니는 “옛날에는 구덕에서 애기들 돌보고 그래서”라며 구덕에 아기를 키우던 시절을 다시 떠올리는 듯 했다. 그리고 해녀를 보자 즐겁게 설명을 해줬다. 기자들은 처음 뵙는 어르신들에게 어색한 사투리를 쓰며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하고 할머니들에게 살갑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할머니들은 제주도 아이가 사투리도 잘 쓴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구경을 마치고 박물관 앞에서 우리들만의 조촐한 노래공연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즐겁게 노래를 불렀고 기자들도 답가를 부르며 즐겁게 놀았다.

그리고 나서 허기진 배를 채우러 간 곳은 순대국밥집이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은 뒤 소화도 할 겸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쐬러 용두암 해안도로로 향했다. 우리가 점심은 얻어먹었으니 간식은 간소하게 아이스크림을 사서 어르신들을 대접했다. 아이스크림을 먹던 구공순(77세) 할머니는 “이거 먹으민 못갚앙 어떵하코”라며 아주 작은 선물에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해준 것이 별로 없는데 작은 마음도 크게 받는 어르신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짧은 시간의 나들이를 마치고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왔다. 제광원에 들어서니 나들이를 함께 다녀온 어르신들보다 몸이 불편해 누워 있는 어르신들이 더 많았다. 이성덕 원장은 “나들이를 가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라며 “어쩔 수 없이 양호한 할머니들만 동행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기자는 요양원에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 생각 외로 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봉사활동을 온 것이니 만큼 할 일을 찾기 위해 선생님에게 도울 일이 무엇이 있는지 물어봤다. 선생님은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벗이 돼 주는 것만으로도 봉사활동은 이미 한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활동 힘들다는 편견 버려야

마음 나누는 것으로도 큰 의미

이 말을 듣고 기자는 그동안 봉사활동을 너무 어려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의 말동무가 되고 장기와 화투도 함께 즐겼다. 화투는 일반 화투보다는 크기가 컸다. 화투가 왜 이렇게 크냐고 물었더니 같이 게임을 하던 선생님이 “할머니들이 눈 시력이 좋지 않아서 봉사활동을 왔던 사람들이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크게 만들어서 보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소한 것까지 신경 써서 마음 써주는 봉사활동가의 모습에 나는 또 한 번 감동했다.

간식시간이 됐다. 그 가운데 몸이 많이 불편한 이규월 할머니(63)에게 간식을 먹여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할머니를 찾아갔다. 그러나 할머니는 간식도, 이야기도 잘 나누려고 하지 않았다.

 

봉사 일회에 그치는 경우 많아

정기적인 봉사활동 필요

문원옥 할머니(71)는 “야이네 언제 올줄 알앙 겅햄수과. 올때 확 받앙 먹읍서. 오늘만 그렇게 받아먹는 거주 다음부터는 그런 일도 어시매”라는 말을 들었다.

고맙게도 기자가 준 간식을 다 먹은 할머니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맙다”라는 말을 했다. 고맙다라는 말이 그렇게 마음을 울리는 말인지 몰랐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오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오지 않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단기간으로 봉사활동하는 것이 문제고 주기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덕 원장은 “봉사는 정기적으로 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봉사를 할 때 봉사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짧은 시간을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했지만 그새 정이 들었는지 헤어질 시간이 되자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어르신들은 “내일되믄 너네 다 까먹는디 어떵하코. 미안하다게. 그리고 고맙다이”라면서 우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부대기 할머니(71)는 “여자는 시집을 잘 가야되매. 좋은 사람도 잘 만나고”라며 세월을 많이 사신만큼 우리에게 많은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다.

요즘 사람들은 봉사활동을 자신들을 위해서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봉사활동을 하면 좋지만 시간이 많이 뺏긴다며 관심 없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봉사는 꼭 그렇게 큰 일이 아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그저 말벗이 돼주는 것도 봉사라고 말할 수 있다. 봉사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또 봉사활동은 시간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더욱 보람차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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