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 꿈 위해 후보생 됐죠… 자긍심과 긍지로 대학생활에 최선”

▲ ROTC 3~4학년 후보생들이 지난 29일 교양동 강의실에서 예비시험을 치르고 있다.

 학교를 거닐다보면 눈에 확 들어오는 이들이 있다. 짧은 머리에 학군단모를 살짝 눌러쓰고 초록색 단복을 입은 이들. 우리와 함께 수업을 듣고 있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학군단 ROTC가 바로 그들이다. 언제나 바짝 군기가 들어있어 학생이라기보다는 군인처럼 보이는 그들의 실생활은 어떨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ROTC 후보생의 하루에 동행해봤다. <편집자주>

 

지난달 28일 목요일 저녁, ROTC 3학년 고남협 후보생(체육학부 3)의 집이 시끌벅적하다. 다음날 입을 단복과 구두를 정비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단복은 주름이 지지 않게 각을 살려 빳빳이 다려야하고, 구두는 빛이 나도록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닦는다. 이 모든 것을 고 후보생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한다. 그는 준비를 하면서 마음가짐을 바로 잡는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아직 암기사항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군생활에 대한 암기사항은 매주 금요일 군사학 과업 정렬시간에 4학년 선배들에게 단복 정비 상태와 함께 확인받기 때문에 철지히 외워둬야 한다. 고 후보생은 잠들기 전 암기사항을 다시 한번 되뇌어본다.

다음날 29일 금요일 오전 6시, 고 후보생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7시까지 종합운동장에 있는 실내수영장에서 수영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제 정성스럽게 다려놓았던 단복을 챙겨 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강사님의 지시에 따라서 자유형, 평영 수영을 하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학교에 등교하는 시간은 항상 10시로 정해져 있다. 그는 오늘은 늦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해서 다행이지만 매번 등교시간을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했다.

“학군단 생활을 하면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게 출퇴근 시간이에요. 특히 시험보기 전 주가 가장 힘들어요. 시험기간에는 출퇴근 규칙이 없어서 상관없지만 전 주까지는 계속 규칙을 유지하거든요. 그럴 땐 밤까지 시험공부를 하다가 잠들어서 늦잠을 잘 때도 많죠.”

출근 후에 군사학과업 정렬 있는 12시가 되기 전까지는 개인 시간을 갖는다.

고 후보생은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다. 그러다 축구를 그만두게 되면서 제주대 체육학부에 입학했다. 하던 운동을 하지 않고 의미 없이 대학에서 시간만 보내다보니 방황도, 미래에 대한 고민도 정말 많이 했다고 한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던 중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ROTC를 지원했다.

“ROTC과 일반학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책임감과 절제에요. 일반학생일 때는 자유롭게 약속을 잡기도 하고 제가 편한대로 행동했어요. 그런데 ROTC가 되고 나서는 내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ROTC 단복을 입고 수강받는 날이면 수업시간에 절대 졸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커피도 마시고, 펜으로 종아리를 콕콕 찌르기도 하죠. 제가 머리도 짧고 단복을 입고 다니기 때문에 졸기라도 한다면 학군단 전체 이미지가 안 좋아지기 때문이죠.”

한편 고 후보생은 일반학생들에게 아쉬웠던 점을 토로했다. 학군단 후보생은 평소 걸어갈 때나 이열종대로 발 맞춰 걸어야 하고 선배나 훈육관님과 마주쳤을 때 큰소리로 경례를 한다. 이것은 ROTC만의 전통이고 규칙이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학생들이 따라하면서 그저 웃음거리로 희화화 시키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민다고 했다. 물론 별 뜻 없이 한 행동이겠지만 남의 감정을 조금은 존중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12시 됐다. 뜻밖에 4학년 선배들의 졸업사진 촬영으로 이날 군사학과업 정렬시간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후 1시 군사학 수업 때까지 점심시간을 갖기로 했다. 점심시간에는 학군단 후보생이 각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고 후보관은 평소에 동기들과 같이 학생식당이나 학교주변에서 식사를 한다고 했다.

수업이 시작된 4134 강의실에 고 후보생말고도 많은 3학년 후보생들이 있었다. 모두 짧은 머리에 초록색의 단복을 입고 있어서 마치 군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후보생들이 수업시간 전에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모습은 복장만 다를 뿐 그저 우리와 같은 대학생의 모습일 뿐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동계가입단훈련이에요. ROTC에 합격하고 학군단 생활을 하기 전에 우리가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훈련이었죠. 그때가 2월달이라서 굉장히 추웠는데 갑자기 새벽 2시에 훈련생들을 훈련조교가 깨우는 거에요. 그리고 팬티만 입고 밖에 나가게 했어요. 벌벌 떨고 있는데 찬물을 온몸에 끼얹었어요.

그렇게 힘든 훈련이 끝나갈 때쯤 한 동기의 어머님께서 써주신 편지를 낭독해 주셨어요. 비록 내 어머니는 아니었지만 부모님 생각이 나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오후 2시가 돼서 4학년 졸업사진 촬영 때문에 늦어졌던 수업이 시작됐다. 이번 수업은 3, 4학년이 함께 받는 수업이었다. 훈육관이 들어오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후보생들이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고 자리를 정돈했다. 그리고 4학년 대표가 “차렷”하는 구령을 하자 착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차렷 자세를 취했다. 또 훈육관에게 경례하자 모두가 우렁찬 목소리로 같이 경례했다.

이날은 군에 관한 지식을 점검하는 예비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슥슥하는 연필소리 밖에 나지 않았다. 긴장의 50분이 지난 후 서로 시험지를 바꿔 채점을 했다. 훈육관이 답을 말해줄 때마다 ‘아!’하는 탄식과 ‘와!’하는 탄성이 줄을 이었다.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장교라는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렇게 ROTC의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났다. 마지막으로 고 후보생은 학군단에 들어올 후배들에게 한 마디 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학군단이 엘리트 집단이 되는지 바보 집단이 되는지 결정된다는 말을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어요. 일반학생들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말고 학군단으로서 자부심을 품고 당당하게 생활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 생활이 마냥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은 하지 않길 바랍니다. 분명히 고생한 만큼 그 대가는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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