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치료보다는 병 기초연구에 주력”

▲ 빙소진(수의학 3)

 

빙소진(수의학 3)씨가 ‘2010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인재상은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고등학생·대학생 100명에게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에는 여자축구의 희망 지소연, 여민지 선수도 이 상을 받는다. 남다른 열정으로 대한민국의 인재로 인정받은 빙소진씨를 만나봤다.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빙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어쩐지 빙씨는 인터뷰를 꺼려했다. 그간 거의 모든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만드는 신문이라는 말로 설득해 어렵사리 그녀를 만났다.

“큰 상을 받게 돼서 기분이 좋지만, 다른 수상자분들에 비해 저에게는 과분한 상인 것 같아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많은 언론에서는 제가 ‘지체장애’와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일어선 것으로 묘사됐어요. 지체장애라는 것도 사실 5급이라 일반인과 거의 비슷하고 가정형편도 그리 나쁘지 않은데 말이에요. 부모님은 딸아이가 지체장애인이 됐다면서 속상해하셨어요. 정말로 역경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요. 사실 저는 평범한데….”

중학생 때 수술로 척추에 핀을 박았던 것이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만들었다. 운동 범위가 조금 좁을 뿐 일반인과 똑같은 생활을 하는 빙씨에게 언론의 ‘감성 자극’은 상처로 돌아왔다. 직접 만나본 빙씨는 그저 수의학 연구에 푹 빠져있는 여대생이었다.

“정말로 좋아하니까 연구에 한 번 더 눈이 가고, 그래서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학부생이라 공부가 많이 필요하겠지만 동물 질병에 대해 더 연구해서 원인을 모르는 질병을 파헤치고 싶어요.”

수의학에 대해 이야기 할 때에는 소녀처럼 눈빛이 설렌다. 몇 개의 학술 실적으로는 감히 평가할 수 없는 마음 속 뜨거운 열정이 그녀가 왜 대한민국의 인재인지 설명해줬다.

“초등학생 때 기르던 강아지가 저 때문에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어요. 한 달 넘게 제대로 생활을 못할 정도로 마음이 아팠죠. 동물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습니다. 수의학과에 입학해보니 동물 치료보다는 기초연구 쪽이 더 재미있어서 지금은 기초연구를 하고 있어요.”

빙씨는 학부생임에도 SCI급 국제학술지에 주저자로 논문을 게재하고, 2년간 21번의 국내외 학술대회 발표에 참가했다. 또 학술진흥재단 등 각종 학술단체로부터 연구비와 학자금을 수여 받기도 했다. 그녀는 연구를 진행하며 학부생으로서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했다.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쓸 때에는 영어로 써야 해서 어려웠어요. 논문 한 편을 쓰는 데 교정시간까지 포함해 1년이 걸렸어요. 힘들었지만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쓰는 것이 평범한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녀는 평범한 여대생도 연구에 대한 애정과 노력으로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녀의 꿈은 계속 수의학 기초연구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유학을 가고 싶어요. 철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기초연구를 계속하고 싶어요. 크게 나아가서는 원인을 모르는 질병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 목표죠.”

한편 인재상 수상자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시상식에 초청돼 상장과 메달, 장학금을 수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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