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4일 심사위원들이 백록문학상 후보 작품을 심사하고 있다.

소설부문 응모작은 8편이었다. 예년에 비해서 응모 편수는 약간 줄었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수준은 엇비슷했다. 소설의 완성도면에서 허점과 한계를 분명하게 보이는 작품을 먼저 걸러내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문학적 단련과 연마의 흔적이 엿보이는 <나의 눈물을 그려주세요>와 <태종대>, 이 두 편이 손에 남았다.

<나의 눈물을 그려주세요>는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는 손녀의 시선을 통해서 ‘눈물’의 의미를 시종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안정된 문체와 회화적 표현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작품의 주제를 담보할 등장인물의 상호 연결 구도가 느슨하고, 스토리의 중추 역할을 담당해야 할 불문학도 k가 무의미하게 처리된 점, 그리고 할머니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성격(character)이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태종대>는 같은 보육원에서 성장하다 프랑스의 가정에 오누이로 입양된 ‘나’와 ‘오빠’의 서사 구조로, 세월이 흐른 뒤 오누이의 관계에서 이성의 관계로 발전해 가는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간결하면서 보폭이 넓은 문체로 이야기를 힘 있게 끌어가는 구성(plot)이 강점이지만 작품을 대화 위주로 전개하다 보니 세밀한 묘사가 적어 다소 가볍게 읽힌다는 점이 아프게 지적되었다. 보다 깊이 있는 심리묘사를 통해서 나와 M과 오빠가 가진 삼각의 갈등요소를 밀도 있게 눙쳤으면 좋았을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두 작품이 일정 수준의 작품성을 획득하고는 있으나 당선작으로 밀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하여, 고심 끝에 두 작품을 공동 가작에 올려 격려하기로 하였다.
 
이번에 가작에 든 두 사람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아깝게 고배를 마신 응모자에게는 분발을 당부하며 위로와 격려의 인사를 보낸다.
김동윤(국어국문) 교수, 오을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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