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백명을 웃도는 학생이 다니던 학교가 50여명으로 줄더니 급기야 폐교. 제주도내 읍·면 지역 초등학교들의 현실이다. 벌써 십여 개의 학교가 폐교되거나 통폐합 조치됐다. 몇몇 중학교도 초·중 통합이라는 길로 접어들었다.
대학이라고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에서 대학 응시하는 고등학생들은 최근 도내 대학 모집정원보다 1천3백여명이나 적어 신입생 유치열기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자칫 대학의 폐교나 학과 폐지도 거론될 만큼 위기상황이다. 대학재정의 상당부분을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대학의 경영난도 신입생 부족과 맞물려 가중되고 있는 시점이다. 심지어 미달된 정도에 따라서 폐과 여부를 결정하는 현실 앞에서 대학의 황폐화는 이제 머지 않은 얘기다.
새로운 신입생 유치경쟁에 한창 열이 오른 요즘 우리대학 게시판을 보면 ‘다된 밥에 재 뿌리는 격(?)’으로 우리대학을 비하하는 글이 무분별하게 남발하여 대학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다. 이러한 글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자기 비하식 멘트’다.
학내 게시판에는 이따금씩 입시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수험생들의 글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학우들의 반응은 차갑다. ‘그 학과는 원서만 내면 다 붙는다’, ‘점수가 낮아도 들어갈 수 있을 텐데 괜한 걱정’이라는 식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이 희망하는 학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서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수험생은 원하는 대답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자기 비하식 발언을 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엿보며 어떤 기분이 들까?
이처럼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 채 온갖 불편사항만을 내비치는 학우들의 모습은 ‘누워서 침 뱉기’와 같은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좀 더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지 못할망정 대학에 몸담고 있는 선배로서 스스로 소속해 있는 대학과 학과에 대한 비하식 발언은 입시 홍보에 큰 걸림돌이 되는 요소이다.
얼마 전 홍보도우미를 모집한 적이 있다는 글이 있었는데, 그것을 본 학우들은 ‘지방국립대니, 제주대니’해가며 ‘홍보할 거리도 없는 대학에 홍보도우미가 웬 말(?)’이란 식으로 말을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그렇게 자부심도 없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교수나 학교 탓을 하기 전에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바꿔보는 게 필요하다. 정 자랑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것이고, 우리대학내에 어떠한 장점들이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반면 우리 대학생들이 왜 이런 볼썽사나운 불평을 늘어놓는 지와 관련해 대학본부와 교수 등도 고민해봐야 한다. 사실 죽어라해도 안 되는 ‘좌절’을, 우리 대학생들이 겪어봤던 고충의 원인이 뭔지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대학과 재학생들이 한데 힘을 모아 후배들을 이끌어야 할 대학설명회가 한창인 시점이라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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