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하 창의력연구소 소장

 창의력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그러면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노력에 의해 길러질 수 있는 것일까? 당연히 창의력은 길러질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문제는 같아도 정답은 상황과 시간에 따라 다르다.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 갈 때 창의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도 우유처럼 유통기한이 있어서 잘 골라서 적용해야 한다. 지식은 시간과 시대에 따라 변한다.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정답을 만들어 내야 한다.
 창의적인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얼마나 ‘주도적’이냐 하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응적이고 수동적이지만, 창의적인 사람은 주도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도적이 아니라 반응적인 이유는 직관을 발휘해 내 말이 옳다고 주장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을 주도적으로 내세웠을 때 감당해야 할 혹시 모를 비난이 두려운 것이다.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주도적으로 나아가다보면 어느 자리에서나 조명을 받게 된다. 주도적인 사람에게는 다른 대안이 있어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갈 수 있는 상황적 힘이 있다. 주도적이지만 ‘유연한 생각’도 함께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평소 고정관념에 휩싸이기 쉽다. 고정관념은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 듯이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 닻으로 작용해 전체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람들은 먼저 들어온 생각에 머물러 선입견을 만들어내고 고정되기 쉽다. 그 다음에 들어오는 생각도 쉽게 변하지 않아 고정관념을 통해 현실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게 된다. 어떤 과학자가 거미에 관한 실험을 했다. 그는 거미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소리쳤다. “뛰어! 뛰어”. 그랬더니 거미는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거미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거미에게 소리쳤다. “뛰어! 뛰어.” 그러나 다리가 부러진 거미는 꼼짝하지 않았다. 실험이 끝나고 나서 그 과학자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거미의 귀는 다리에 있다”고.
 또 다른 예를 보자. 나사(NASA)가 무중력 상태서도 쓸 수 있는 ‘백만 달러짜리’ 볼펜을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우주선을 개발하던 때였다. 미국 과학자는 소련 과학자에게 백만 달러짜리 볼펜을 자랑하며 소련에선 어떻게 무중력 상태서 글을 쓰냐고 물었다. 소련 과학자는 ‘연필로 쓴다’고 답했다. 똑똑한 나사 직원들도 자기 생각에 갇혀 있으면 바보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패턴대로 생각한다. 그 패턴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뻔한 문제도 실수하고 놓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척 보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그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고 정주영 회장의 일화를 소개한다. 1975년 어느 날 박정희 대통령이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을 불렀다. 오일달러가 넘쳐나는 중동국가에서 건설공사를 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다른 국내 기업가들은 중동지역이 너무 더워서 일을 할 수 없고, 건설공사에 필요한 물이 없어서 불가능하다는 답을 한 터였다. 미션을 받고 한달음에 중동에 다녀온 정주영 회장은 대통령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그곳 중동은 이 세상에서 건설공사하기 가장 좋은 땅입니다. 1년 12달 비가 오지 않으니 1년 내내 공사를 할 수 있습니다. 건설에 필요한 모래자갈은 현장에 많이 있으니 자재 조달이 쉽습니다. 물 걱정을 많이 하던데. 그거야 어디서 실어오면 됩니다. 50도나 되는 더위는 낮에 천막 치고 자고, 밤에 일하면 됩니다.” 1970년대를 상징하는 중동 붐은 이렇게 시작됐다. 정 회장 말대로 한국 사람들은 낮에는 자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일을 했다. 세계가 놀랐다. 달러가 부족했던 그 시절, 30만 명의 일꾼들이 중동으로 몰려나갔고 보잉 747 특별기편으로 오일달러를 싣고 국내로 들어왔다.
 유연한 생각을 가지려면 긍정의 힘이 중요하다. 어려움과 불가능의 차이는 시간이 더 걸리면 어려운 것이고, 내가 포기하면 불가능한 것이다. 부정적 생각은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반면, 긍정적 생각은 나의 빛나는 성과를 만든다.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자기긍정과 자신감이다. 지금 우리는 불신과 불만보다 긍정과 희망을 얘기하고, 소통과 화합의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을 둘러싼 여건들이 단지 장애물이냐, 디딤돌이냐 하는 것은 간발의 차이다. 그렇지만 그 작은 차이가 브랜드를 만들고, 성공을 이끌어 낸다. 삶을 긍정하는 에너지! 그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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