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상과 한반도의 미래

▲ 문정인 연세대 교수

 우리는 중국이 어떠한 야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 중국은 위협적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유주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중국은 반사적 정치를 하는 것일 뿐 공격적 정치는 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 중국을 정확하게 바라보려면 3가지를 보면 된다. 중국이 패권국가로 등장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가? 중국 지도자들의 의도는 어떠한가? 능력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는가 등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강대국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지난 2009년부터 세계 수출 1위국가였다. 지난해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국가가 됐다. 뿐만 아니라 외화 보유고가 세계 최고다. 중국은 경제력은 물론이고 군사력을 비롯해 문화력에 있어서도 2~30년 내에 미국을 제치거나 동등한 위치에 올라설 것이다. 사실상 중국의 급작스런 부상은 ‘중국 위협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에 중국이 군사적 충돌을 비롯한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
 반면 중국 외교부 공식라인의 입장은 대국으로 성장을 하되 주변국과 평화를 지향하는 ‘화평굴기’로 정리된다. 공산당 지도부들은 중국 공산당의 목적이 패권국가, 지도국가로 부상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면 경계해야 할 중국내 여론도 존재한다. 중국을 흔히 닫혀 있거나 교조적인 사회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중국 지식인 사회에서는 대국으로 성장하면 어느 정도의 패권주의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대국굴기론’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중국에서는 자국의 가장 큰 위협도 미국이고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도 미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은 한중 관계를 더는 대등한 관계로 보고 있지 않다. 중국은 대국이고 한국은 소국이라는 인식이 학자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30~40년 후 중국은 우리에게 사활적인 존재다. 우리의 미래가 중국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대중무역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만도 4만개가 넘는다. 매년 중국에서 발생하는 흑자로 일본에 대한 무역 적자를 메우고 있다. 중국 중산층이 4~5억 명으로 성장하면 중국이 한국의 가장 큰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다. 한반도 안보문제에도 중국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써 와일드카드를 갖고 있다. 휴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가져가면서 안정을 구축하는데도 중국은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든 않든 동북아 전략구상의 변화는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포괄적 동반자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면서 관계 개선에 청신호가 켜진 듯 했다. 그러나 연평도, 천안함 사건 등에서 중국은 한국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의 한중관계를 일부에서는 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로도 보고 있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국 주도의 통일을 원치 않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현상유지’가 중국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내의 일부에서 불거져 나오는 ‘북한 조기 붕괴론’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한다. 중국은 북한이 붕괴되지 않는 방향으로 지원한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시각차가 정책 마찰을 빚어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 내 반중 정서 등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것은 그만큼 중국을 잘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빠르게 변하는 중국이 어떤 모습인지 중국 스스로 내는 목소리를 판단 근거로 삼는 연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 서구의 시각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중국을 이해하는 지배적 인식 틀이 돼서는 안 된다. 한미일 위주의 편승외교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는 미·중 방어선의 불안한 교차점에 놓여 있다. 미국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균형 외교를 해야 한다. 특히 제주도의 역할도 중요하다. 제주의 미래도 중국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인 관광객을 능가했다. 버자야그룹 같은 중국계 화교자본이 제주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제주에 좋은 인상을 갖고 많이 오고 있다. 이런 여건을 활용해 제주가 한중관계 개선에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