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을 ‘타야만 하는’ 학생들은 진리를 탐구하고 싶어도 학점을 잘 준다는 수업을 신청한다. 제주대가 등록금이 저렴한 편이긴 하지만 학생들은 등록금 부담이라는 짐을 지고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지난해 신입생 중 300여명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취업 후 되갚는 ‘학자금대출(ICL)’을 신청했다는 사실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대학이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등록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고등교육 예산을 늘려야 한다. OECD 국가 평균 고등교육 예산이 GDP의 1.2퍼센트인 데 비해, 한국은 6조원으로 GDP의 0.6%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대학 등록금을 지나치게 학부모와 학생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뜻이다.
 고등교육 예산을 늘리는 것 외에도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소득별 등록금 차등책정제’도 주목할만하다.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고소득층 학생에게는 등록금을 더 내게 하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등록금절반인하위원회’를 만들고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놨다. 물론 집권 후 공약을 철회했지만 말이다. 전국의 각 대학에서는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며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탤런트 김여진까지 1인시위를 나섰다.
 그러나 제주대는 조용하다. 제주대 등록금이 저렴한 편이라지만 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휘는 이들이 모두 입을 닫고 있다는 사실은 이상하다.
 이는 우리가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구조에 순응하도록 배워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벌한 입시제도의 틀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1등을 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고 배워왔다. 그렇게 대학생이 된 우리는 이 사회의 잘못된 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대신 스펙을 위해 토익책과 자격증책에 얼굴을 묻는다. 모두들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만 이 지긋지긋한 돈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듯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등록금 문제마저 학생들이 침묵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점점 멍들어 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학생들이 눈을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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