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 같은 근성 지녀야

▲ 지승룡 민들레영토 대표

 고등학교 때 유신헌법이 선포됐다. ‘우리민족의 조국통일을 위해서 유신을 선포했다’고 떠들었지만, 가슴에 와 닿지가 않았다. TV를 보고 있는데 당시 국무총리가 ‘한국의 민주주의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걸 기다리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반발해 집 앞에 있던 쓰레기통에 흙을 채우고 장미꽃을 심었다. 쓰레기통에서도 장미꽃이 피는 것을 알았고, 그게 미래의 나의 인품이 될 거라 생각했다. 너무나 세상이 빨리 바뀌는 상황 속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것은 ‘감동’이다. 전국의 여러 대학을 다녀봤다. 안타까운 점은 유명한 대학은 있는데, 감동을 주는 대학은 없었다. 정말로 세상을 뒤집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대학생이 많아야 한다.
 지금의 낙천적인 성격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다. 국세청 고위 공무원이던 아버지가 어느 날 공장 사장님이 된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묵묵히 따랐다.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한 후 8년간 빚을 갚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조용했다. 동네에서 ‘이 집은 망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서도 아버지는 “나는 오늘부터 기쁘게 살 것이다. 지금부터 빚을 갚는 것을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해 자식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했다. 그로부터 8년 후 빚을 모두 갚은 뒷날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그리울 때면 서울 삼청동에 있는 도서관에서 극한 상황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 도서관은 인생의 어려운 순간에 가장 친근한 공간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이들을 위로할 지식이 없다는 걸 느꼈다. 내가 무지한데다 그들을 도울 용기마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2000권에 가까운 책들을 독파했다. 이후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워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인생의 과제로 삼았다.
 카페는 거리의 가정이고, 카페 주인과 직원은 그 가정의 어머니이다. 1994년 서울 신촌의 한 모퉁이에서 10평짜리 카페로 시작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형의 이른 죽음, 니체와 학생운동에 매료됐지만 절망뿐이었던 대학 시절 등의 개인적 아픔 뒤에 어릴 적 꿈이었던 다방 마담을 생각하게 됐다. 민들레 영토는 소정의 문화비만 내면, 영화 관람에서 세미나, 강의, 독서 등이 가능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별 기대도 없이 시작한 카페가 번창하게 된 것은 처음 문을 연 신촌점을 아껴 준 학생들 덕분이었다. 10평짜리 좁고 불편했던 신촌점에서 자주 토크쇼를 열었는데, 귀를 기울여주는 학생들이 고마워 ‘그들에게 무얼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생각하게 된 세미나실, 독서실 등의 아이디어들이 더욱 손님을 불러오게 했다.
 민들레 홀씨는 연약하지만 무려 240km를 날아간다. 자유와 근성을 상징하는 ‘민들레’에서 이름을 따 온 이 카페를 전국 곳곳에 열고, 운영하면서 부닥쳤던 어려움도 있었다. 직원을 채용할때면 성적과 자격증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모든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능력이요, 글로벌 한 것이다. 대학 이력서는 사소한 것이다. ‘스펙’만 갖고 취업하려는 것은 문제다. 이 기준은 제 인생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거다. 근성이 중요하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창조해 내는 것은 근성이다. 우리는 학교 성적에 너무 치중돼 있다. 대학시절 친구 5명이 ‘논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를 슬로건으로 삼고, 미친 듯이 놀았다. 대학 졸업한 후에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은 기대도 못했다. 어느날 IMF가 터졌다. 잘 나가던 친구들이 회사에서 잘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제 자신은 IMF이었기에 그 상황이 낯설지 않았다. 여유를 갖고 상황을 헤쳐 나갔고 승승장구하게 됐다. 이 시간이 깊은 ‘자기 성찰’의 기회였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더 많이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를 알기 위해 몸부림 치고 깨닫는 것이 학문이다. 성적이 좋다고 우월감을 가져서는 안 되고, 낮다고 열등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직위와 직책이 중요한 것이 아닌 미션과 비전이 더 중요하다. 봉급을 많이 주고 해외 연수를 많이 다녀도 사람의 질은 바뀌지 않는다. 직책과 직위만이 남은 기성세대가 아닌 어떤 장애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있게 헤쳐 나가는 창조적인 생각으로 젊은 세대의 힘으로 나가야 한다. 한국사람들의 평균 독서량은 연 11권에 그친다. 반면 일본 사람들의 독서량이 일 년에 80권에 이른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은 지식이 많지도 않으면서 시끄럽다고 비난한다. 책은 무작정 양으로 읽기보다는 주제별, 색인별로 나눠서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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